미·일 연구팀 사람 피부로 '만능세포' 배양…줄기세포 치료 '희망'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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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언론은 21일 피부 세포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미 위스콘신-메디슨대 제임스 톰슨 교수팀과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크게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와 요미우리 등 대부분의 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새로운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개발한 것을 자세히 보도하고 찬사를 보냈다.

두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줄기세포 역사를 새로 쓰게 하는 획기적 개가다. 그동안 줄기세포를 만들면서 발생했던 '배아 파괴' '난자 확보' 등 윤리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난자를 얻기 위해 여성에게 배란촉진제를 주사할 필요도,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생명이 자라고 있는 배아를 파괴할 일도 없다. 위스콘신-메디슨대 알타 차로(생명윤리 전문가)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배아 연구의 걸림돌 중 하나인 윤리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가능=인체는 다른 사람의 조직을 이식할 경우 거부 반응을 피할 수 없다. 각종 장기 이식에서 거부 반응은 치명적이다. 기존 배아 줄기세포는 환자와는 전혀 무관한 정자와 난자로 만들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자주 생긴다. 지금까지는 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뒤 남은 배아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또 배아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난자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종교계에서는 생명을 죽인다는 이유로 배아 연구를 반대하고, 여성계에선 난자 매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연구팀은 단순히 피부세포에 유전자를 집어 넣어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환자의 피부세포를 떼어다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그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길을 열어 이식 거부 반응의 우려를 없앴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황우석 박사 방법과는 달라=황우석(전 서울대 교수) 박사가 시도했던 방법은 체세포 복제 방법으로 배아를 만든 뒤 거기서 줄기세포를 뽑는 것이다. 체세포의 일종인 인간 피부 세포를 핵을 빼낸 난자에 집어 넣은 뒤 배양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마치 난자에 정자가 들어간 것처럼 배아가 자라게 된다. 이를 복제 배아라고 한다. 이 방법도 이론적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환자 자신의 피부 세포를 떼어내 배아를 복제한 뒤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박사의 연구 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판명된 이후 이 방법으로는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 연구팀은 황 박사 방법과는 달리 배아를 복제하지도, 난자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단지 피부 세포를 조작했다. 이에 대해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정형민 교수는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피부세포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면서 집어 넣은 유전자의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만들어진 줄기세포로 환자 치료용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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