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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랑>"土地"의 세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문단이 10월을 마치 박경리선생의 『토지』 완간기념의 달로 정한듯 문화의 달에 걸맞게 경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현대문학이 10월호에 무려 1백쪽이 넘는 「박경리 특집」을 꾸며놓았고,문화계.문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토지』완간 기념행사준비위원회가 기념세미나와 기념잔치를 성대하게 벌였다.
1969년 집필 시작후 25년만인 지난 8월 원고 4만장 총16권으로 완간된 『토지』가 국내적으로 한국소설사에서 기념비적인 가치를 지닌다면 국외적으로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중요한 초석의 의미를 갖는다.왜냐하면 세계문학에서도 유 례를 찾을 수없는 이 방대한 대하소설이 한국에서 쓰여졌으며,노벨상 수상작가를 네명이나 발굴한 프랑스의 대출판사가 의욕적으로 불역본 1부1권을 출간했기 때문이다.금년 8월 불어권 전역에 깔린 『토지』는 르몽드紙와 렉스프레스紙에서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고,11월에는 『토지』불역 출간과 관련하여 파리 제7대학에서 동구권 학자들을 포함한 유럽의 한국학연구자들이 모여 한국문학 번역심포지엄을 갖는 등 본격적인 의미에서 한국문학을 논의하게 된다.
『토지』불역 출판과 관련하여 나는 별다른 감회를 갖고 있는 사람중 하나다.솔직히 말해 이 책이 나오기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숨겨진 세월이 걸렸기 때문이다.한불 수교1백년 기념사업으로문학 쪽에서 한번 시도해볼만한 것으로 기획하고 덤벼들었던 『토지』불역 출판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추진한 난산 끝에 얻은 집요한 노력의 결과다.일차적으로 시놉시스(줄거리)가 프랑스 벨퐁社에 전달되고 그쪽의 편집위원회에서 검토 통과되는 데 1년.번역은 민희식교수의 피나는 노력으로 85년에 완료되었다.출판구조와 시장이 우리와 달라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문전박대하는 것이 상례지만 그들 나름대로 프랑스에서의 한국소설 시장의 가능성 분석 때문에 『토지』는 88년말에 가서야 출판계약이 성사되었다.사실상 계약은 성사되었지만 프랑스 내에서도 6백쪽이 넘는 소설은 그리 흔치 않고 더군다나 외국소설이기 때문에 자국독자의 언어취향에 맞도록 교열작업을 맡은 프랑스 펜클럽회장 타베르니에氏가 도중에 작고한 것도 출간이 더뎌지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후에 이 작업은 앙드레 파브르 교수에 의해 완료되긴했지만 『토지』 한권에 들어간 이 10년 세월은 무용(無用)한정열일 수는 없다.
지난 10여년동안 문예진흥원은 86권의 우리 문학을 해외에서출판 소개해왔다.『토지』는 그중 하나일 뿐이지만,축적된 우리 문학의 돌파구는 바깥시장에 있다는 것이 얻은 결론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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