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떠있는 섬’ 시작부터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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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강에 적어도 500억원을 들여 ‘떠 있는 섬(Floating Island)’ 3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시작부터 벽에 부닥쳤다. 섬을 만들어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모집했지만 1개 업체만 응모했고, 그나마도 부적격 업체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내년 4월로 예정했던 ‘떠있는 섬’의 1단계 개장은 불가능해졌고, 2009년 4월 완전 개장 일정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떠 있는 섬’의 1차 공모가 무산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공모 마감일까지 사업 제안서를 낸 1개 업체를 대상으로 16명의 위원이 평가한 결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이 업체에 사업을 맡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업체는 560억원을 들여 1만㎡(약 3000평) 넓이의 ‘떠 있는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음악공연장 같은 문화시설과 편의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이성혁 부장은 “해당 업체는 평가위원 과반수의 적정 의견과 750점(만점은 1000점) 이상의 평가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공모를 추진하겠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8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떠 있는 섬’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잠수교 남쪽 한강 반포지구에 수상 문화·레저 시설을 조성해 한강의 명물로 가꾸고, 잠수교는 차량통행을 막아 보행자 전용 다리로 쓰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한강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물이 마르는 갈수기와 물이 불어나는 장마기에 한강의 물 높이 차이가 심하고, 특히 장마에는 한강의 물살이 매우 빨라지기 때문에 ‘떠 있는 섬’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최항순(조선해양공학) 교수는 “외국에도 비슷한 종류의 섬이 있지만 대개 물 높이와 물살이 안정적인 곳에 설치한다”며 “이런 기준으로 보면 한강은 조건이 나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사업비를 많이 들여야 하는데 그만큼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어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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