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 특허분쟁 총성 멎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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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SDI와 일본 마쓰시타가 2년간 끌어온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관련 특허 분쟁이 타결 기미를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두 회사가 ‘법정 밖에서 화해하고 특허공유 문제를 협의할 수 있게 판결을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서류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공동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가 합의에 근접하고 있는 듯싶다”고 블룸버그는 평했다.

삼성SDI와 마쓰시타는 2005년 말 서로 ‘상대방이 PDP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소송을 낸 뒤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 왔다. 이에 대해 배홍규 삼성SDI 상무는 “마쓰시타와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특허공유 문제 등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상호 특허공유에 합의할지 모른다고 전망한다. 특허 분쟁은 2000년대 들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간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업체들이 주도했다. 삼성과 LG가 PDP 양산에 들어가던 2001년 당시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97%였다. LG전자와 삼성SDI는 2004년 4분기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돌파했다. 2005년 1분기에는 65%로 정점을 기록한 뒤 다소 낮아졌지만 줄곧 50% 넘나들며 일본을 앞섰다. 올 3분기 현재 마쓰시타가 여전히 선두지만 삼성SDI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합치면 56%로 일본 업체들을 압도했다. 일본의 위기의식이 날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업체들은 2003년 이후 LG전자와 삼성SDI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잇따라 걸었다. 2004, 2005년 후지쓰와 마쓰시타가 각각 삼성SDI와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겉으로는 일본이 기술료 문제를 내세우지만 기술 개발과 공격적인 시설 투자로 약진하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특허 공방을 통한 한국업체 견제가 PDP 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최근 PDP 시장이 내년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LCD에 밀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100㎝(4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시장에서조차 LCD가 PDP를 따라잡았다. 이 회사가 집계한 2분기 100㎝ 이상 PDP 패널 출하량은 210만 장으로 LCD(440만 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LCD를 만들지 않고 PDP에만 집중하고 있는 마쓰시타의 경우 소송을 통해 PDP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LCD와의 경쟁에서 밀려 버릴 처지다. 오히려 PDP 업체 간의 적절한 협력을 통해 PDP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2004년 이후 일본 후지쓰와 삼성SDI, 마쓰시타와 LG전자 간의 특허소송이 모두 특허공유로 마무리됐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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