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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논술] 논술 대비 막바지 전략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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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시험이 2008학년도 대입 당락의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올해부터 등급제로 바뀌면서 주요 대학들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논술고사의 반영 비율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수시 2-2와 정시의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해 통합교과논술의 토대를 구축한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 현장에서 십수년 동안 논술을 지도해 온 여수여고 박용성 교사와 청솔 일이관지 논술팀 우한기 대표강사에게 막바지 대입 논술 대비 전략을 들어봤다. [ 편집자]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

 -대학의 논술 채점 교수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논제 파악을 제대로 했는가다. 예년보다 논제 파악은 더 중요해졌다. 다시 강조하지만 통합교과형 논술에선 논제 분석을 잘못하면 아무리 잘 써도 B급 답안이다.”

 -논제 분석은 어떻게 하나.

 “예를 들어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는데 해결 방향이나 목표를 쓰면 안된다. ‘체벌을 교육 현장에 도입해야 하는가’와 ‘체벌은 정당한가’는 다른 문제다. 앞의 것은 제도의 타당성을, 뒤는 윤리적 정당성을 묻는 것이다. 출제자가 원하는 대로 써야지, 응시자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안 된다는 말이다. 배경지식만 잔뜩 늘어놓는 것도 좋지 않다. 그리고 수험생들이 간혹 오해하는데 출제자의 ‘깊은 의도’는 따로 없다.”

 -제시문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제시문은 어떠한 형태든 서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표나 그래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인문계 학생은 사회 교과서의 각종 통계를 유의해 봐두는 게 좋겠다. 또 비(非)문학 제시문은 핵심 결론부터 파악하는 게 좋다.”

 -실전 감각을 익히려면.

 “수시나 모의평가 기출문제를 지문을 이해하는 문제 이해한 내용을 평가하는 문제 지문을 적용, 활용하는 문제 유형으로 나눠 풀어 보자.”

 -감점 요인을 줄이려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심각하게 채점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사소한 감점 요인일 뿐이다. 다만 분량 제한을 어길 경우 감점을 하는 대학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답안 작성 요령은.

 “경험으로 볼 때 학생들이 논술시험을 보면서 글을 고칠 시간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개요를 잘 짜는 게 중요하다. 가급적 키워드가 아니라 문장으로 개요를 짜자. 또 여러 문항의 답안을 써야 하므로 한 문단(300자)씩 압축적인 글 쓰기 훈련을 하고, 첨삭받은 글은 고친 대로 다시 써봐야 한다.”

 -짧은 기간 논술을 효율적으로 대비하려면.

 “배경지식을 공부하기보다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분명히 하는 마무리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주요 시사 테마를 골라 왜 문제인가 입장이 어떻게 다른가 나 같으면 어떻게 할까 등으로 나눠 300~400자씩 써보자. 예를 들면 영화 ‘디워’의 경우 작품 자체보다 관객과 평론가, 감독의 관점에서 대중문화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살펴보는 거다.”

 -시간 여유가 있는 정시 대비는 어떻게 하나.

 “시험 2주 전까지는 하루 한 세트의 문제를 풀되, 다양한 각도로 서너 시간씩 글을 써보라. 일종의 ‘사고 훈련’이다. 그 다음부턴 오늘이 논술 고사일이라는 가정 아래 실전처럼 쓴다. 아침에 시험을 보면 그 시간에 써본다. 고사장에 입실했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안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예민한 수험생은 대학 강의실에 직접 가는 것도 방법이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박용성 여수여고 교사

 -통합교과논술 대비는 어떻게 하나.

 “통합교과논술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면 된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통합교과논술의 문제 유형은 기존 논술과 달리 요약형·설명형·논증형 등으로 대별되므로 이에 대한 적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수시 논술이 코앞이다. 준비 시간이 부족할 때 권할 만한 ‘반짝 공부법’이 있다면.

 “지원 대학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꼼꼼하게 풀어 보는 게 좋다. 특히 문제 형식이 많이 바뀐 최근 2년 동안의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로 그 유형을 정확히 익혀야 한다. 실제 수험장에서와 동일한 조건에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자. 유형이 손에 잡힐 때까지 첨삭을 받아가며 반복해 써봐야 한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정시 논술에 대비하려면.

 “고전적 논쟁 거리를 찾아 최근의 사회적 이슈와 연결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원하는 계열에서 나올 만한 주제를 먼저 정리한 뒤 이것이 오늘날 어떻게 사회 문제로 표출되는지 살펴보면서 자기 견해를 세워 두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루에 한 편씩 논술을 쓰면 기적이 일어난다. 이때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려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그렇게 하면 논리력도 탄탄해지고 창의력도 함께 살아난다.”

 -교과서와 논술을 연계해 공부하는 방법은.

 “교과서에서 다루는 핵심 논점을 정리하면서 다른 교과서 내용과 연관 짓는 통합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윤리’ 교과서를 축으로 삼아 인문계열은 ‘사회문화’, 자연계열은 ‘공통과학’을 정독하면 좋다. 책을 읽을 때는 주장과 근거가 무엇인지 그 논리적 뼈대를 찾되 욀 것은 외어야 한다. 시험장에선 그것이 잘 안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항이 많아진 논술시험에서 주의할 것은.

 “시간이 부족해 망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시험 시간은 보통 두세 시간 주어지므로 배점에 따라 각 문항에 적당하게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4분의 1은 논제 파악과 개요 작성에, 4분의 2는 글을 쓰고 퇴고하는데, 나머지 4분의 1은 옮겨 쓰기에 할애하는 게 무난하다. 이것도 습관이 되도록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급해 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글을 쓰게 된다.”

 -수험생들이 참고할 만한 책을 권한다면.

 “고전적인 논점을 묶어 놓은 책으로는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가 있다. 자유와 평등, 시민과 사회, 과학과 생명 등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쟁점을 정리해 놓았다. 전남교육정보원 홈페이지(www.jnei.or.kr)에 들어가 ‘인터넷 교육방송→고교논술→실전논술’ 순으로 검색하면 동영상 강의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아울러 올해의 주요 사회적 이슈를 정리해 놓은 『2007 한국사회 이슈 100선』도 읽어둘 만하다.”

신상윤 기자

우한기 청솔일이관지 대표

 -올해 논술의 달라진 점은.

 “지금까지 수시는 다문항 단답식으로, 정시는 단문항 장문 논술로 치러졌으나 올 들어 수시 유형으로 통일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보면 요약, 제시문들의 연관성 파악, 제시문 비판, 해결 방안 제시 등으로 문제가 구성된다. 평가 비중도 창의성보다 독해력에 더 두었다. 문이과 통합교과형도 문과통합교과형 논술로 바뀌는 추세다.”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문항이 3~4개로 나누어지면서 제시문 내용은 쉬워졌으나 조건은 까다로워졌다.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 첫 문항에서 핵심을 잡아야 다음 문항을 풀 수 있다. 즉 출제자는 하나의 논제를 낱개 문항들로 쪼개 이해력·분석력·해결력을 각각 측정하는 것이다. 첫 문항의 점수 비중이 30%에 불과하다고 얕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첫 문항은 대부분 ‘요약하라’ ‘제시문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라’ ‘그림(자료)을 근거로 제시문을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논술 주제도 바뀌었나.

 “복지·세계화·정보화·양극화 등 주로 경제와 연관된 주제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인문학적 통찰력을 실제 사회현상에 응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시장경제에 대한 자기 관점과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교과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교과서 내용 가운데 상호 갈등을 빚는 주제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화’에 대해 자유경쟁과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시각과 국가의 시장개입과 규제를 주장하는 시각을 잘 대비해서 파악해 둬야 한다. 또 ‘양심의 자유’를 인격과 자아 실현의 요건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선 국방의무를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핵심은 독해력이다. 독해는 크게 논제 분석과 제시문 분석으로 나뉜다. 논제 분석은 출제자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논제에는 제시문을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제시문을 독해할 때 요약과 연관성 찾기가 중요하다. 모든 글은 근거-주장(논설문), 원인-결과(설명문)의 구조를 취하므로 그것을 파악해 자기 글로 재구성해야 한다.

 -답안 작성 요령은.

 “최근 논술은 긴 글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 1000자 미만이어서 서론 없이 본론부터 쓰면 된다. 처음부터 핵심을 밝히되 짧은 문장으로 한 문단에 하나의 내용을 담도록 하자. 또 요약하기는 지문 베끼기가 아니므로 핵심을 파악해 자기 글로 재구성해야 한다.”

 -준비 기간 동안 유념할 것은.

 “지금은 자기 생각, 즉 자기만의 비판적 시각을 정립할 때다. 자기 의견이 상투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이지 않은지도 점검해야 한다. 평가형 논제에서는 핵심 주장 비판하기, 반론 제기하기, 평가 근거 파악하기, 주장하기 등에 유념해야 한다. 또 문제 해결형 논제를 풀 땐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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