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알제리의 한국인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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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알제리에 주재하는 우리나라의 한 대기업 간부가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의 손에 피살된 사건은 충격적이다.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은 지난해 10월 모든 외국인들은 1개월안에알제리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고, 이에 따르지 않는 외국인들에 대한 테러를 감행해왔다.지금까지 희생된 외국인 숫자만도 60명이 넘는다.그동안 공격대상은 주로 서양인들 로 아시아인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으나,이번 사건으로 아시아인들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슬람원리주의는 서구형(西歐型)사회.정치양식을 부정하고 이슬람법에 입각한 이슬람공동체 건설을 지상목표로 하고 있으며,현실적으로 국가의 부정.부패,빈부격차,정치적 차별 해소를 실천목표로 삼고 있다.79년 이란회교혁명이후 중동(中東) 전체에 확산되고 있으며,특히 소련붕괴후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권에서 빠른 속도로 세력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 알제리는 현정부와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해정정(政情)불안이 계속되고 있다.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인 이슬람구국전선(FIS)은 91년12월 실시된 복수정당제에 따른 최초의총선거 제1차 투표에서 전체의석의 8할을 차지 하는 압승을 거뒀다.이에 위협을 느낀 정부는 92년1월 제2차 투표실시를 앞두고 1차투표 무효.2차투표 중지를 선언하는 사실상의 쿠데타를감행했다.
그후 FIS는 현정부에 대한 성전(聖戰)을 선포하고 부디아프국가최고회의의장을 암살하는 등 테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연말부턴 대(對)외국인 테러를 강화하고 있다.이는 현정부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한편 외국기업을 철수 시키고 관광수입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난을 몰고와 정권을 퇴진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중동 정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앞으로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외국인이 테러대상이 된 알제리에는 최소한의 인원이외에는 모두 철수시키고,현지에 남는 최소한의 인원도 안전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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