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꼭꼭 잠궈(?) 두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3면

요즘 석유 고갈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활고를 걱정하게 만드는 차원을 뛰어넘어 다음 세대에 에너지원 부족으로 인한 재앙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무심코 낭비하게 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가전제품을 살 때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등급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해야 한다. 또 가을·겨울엔 실내 온도를 1도만 내려도 7%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창문도 이중 창문을 달면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외출할 땐 창문을 꼭 잠궈 두세요” “잊지 말고 수도꼭지를 잠궈 주세요”와 같이 당부할 수 있겠지만, 이럴 땐 ‘잠궈’가 아닌 ‘잠가’를 사용해야 한다. ‘열다’의 반대말인 ‘잠그다’는 ‘으’ 불규칙용언이다. ‘으’ 불규칙용언은 용언의 어간 ‘으’가 ‘어’와 ‘아’ 앞에서 탈락해 활용하는 용언을 가리킨다.

‘잠가’는 ‘잠그+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잠그다’가 ‘으’ 불규칙용언이므로 ‘잠그다’의 어간 ‘잠그’의 ‘ㅡ’가 뒤에 오는 ‘아’의 영향을 받아 없어져(탈락) ‘잠가’가 된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겠답시고 언제나 창문을 꼭꼭 잠가 두면 큰일 난다. 환기를 적절히 해 줘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특히 겨울이면 환기 부족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때맞춰 열고 잠그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김현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