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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영화제 공동체 위기,영화혼 집중 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할리우드 영화를 배제한 채 작품성 높은 예술영화만 고집하는 세계최고권위의 독립영화제작사 비경쟁 영화제인 제32회 뉴욕영화제가 링컨센터에서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9일 폐막됐다.
박광수감독의 『그 섬에 가고싶다』가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출품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16개국에서 27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비경쟁영화제이기 때문에 상이나 상금없이 평론가.영화기자.관객들의 비평과 반응으로만 자웅이 겨뤄졌다.
올 영화제의 최대화제는 제3세계 영화들이 보여준『공동체의 위기』라는 주제와 일부 독특한 형식의 영화가 보여준『살아있는 영화혼』이다.타이완(臺灣) 에드워드 양 감독의『독립시대』,튀니지모피다 틀라틀리(Moufida Tlatli)감독 의『궁전의 침묵(The Silences of the Palace)』와 박감독의『그섬에 가고싶다』가 공동체라는 주제속에 함께 묶여지면서 풍요를 얻은 대신 전통적 가치관을 잃고 정신적 황폐감을 겪고있는 현대 대만인의 삶을 심도있게 그려 내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정열적인 비즈니스맨.TV토크쇼 여류사회자.전위 극작가.소설가들이 초첨단의 타이베이시에 살면서 맞부닥치는 상황들을 여러에피소드로 나누고 중간에 자막을 넣는 독특한 형식으로 그린 영화다.평론가들은 이런 형 식이 『관객들이 보다 객관적으로,자유롭게 영화를 받아들이도록 만든 것으로 연극에서 브레히트가 보여준 형식과 만화의 방식을 혼용한것』으로 평하면서 특이한 구성에찬사를 보냈다.
『궁전의 침묵』은 전통적 이슬람사회가 근대화 바람을 타면서 새롭게 나타난 여자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하면서 공동체사회의 변화와 인간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분단의 비극과 세월도 변화시킬수 없는 한 섬주민의 한을 다룬한국의 『그섬에 가고싶다』도 공동체와 역사문제를 잘 접근한 영화로 평가됐다.
미국평론가들과 기자들은 이 영화가 서울서만 16만명의 관객을동원하는등 큰 성공을 거둔데 대해 놀라는 표정이었으며 『한국영화를 구체적으로 보려고 해도 기회가 없다』고 말해 우리영화의 해외홍보가 절실한 상황임을 상기시켰다.
이와함께 영화제중 관심높은 중국감독 장이모의 『살기위해(ToLive)』와 뉴욕영화제에 자신이 감독한 작품을 처음 내놓은 우디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지나는 총알들(Bullets overBroadway),『가위손』을 만든 팀버튼의 『에드우드』,타란티노의 『펄프픽션』등 미국영화들이 완전 매진되는등 관심을 끌었다. [뉴욕=蔡仁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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