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수능특집>>> 2008 정시 변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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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치러진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는 대체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정성봉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 6월과 9월에 치러진 모의고사의 난이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했다”며 “언어영역과 외국어 영역은 범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했고, 수리·사회탐구·과학탐구영역은 개별 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중심의 평가에 무게를 뒀다”고 밝혔다. 수능의 가채점 결과를 알게 된 수험생들은 정시모집을 앞두고 자신의 강·약점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8학년도 정시 주요변수를 알아본다.

능 내신 등급제 전면 실시=올해 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자격고사화함으로써 일정 커트라인(1개 영역 2등급)을 넘는 학생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등 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2008 신입생 총인원의 47.6%인 18만 72명을 선발하는 이번 정시모집은 대학별 고사가 당락을 좌우할 전망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변별력 보완을 위해 논술고사와 면접구술고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논술고사는 인문계열에서는 44개교가 시행한다. 자연계에서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도 37개나 된다. 반영 비율도 전년도 3~10%에 비해 5~20%로 증가했다. 면접구술고사 시행 대학수도 인문계열 70개교, 자연계열은 31개교로 증가했다. 학생부 실질반영률이 전년도에 비해 매우 높아짐에 따라 학생부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부 실질 반영 비율이 50% 이상인 대학이 27개교, 50% 미만~40% 이상이 29개교이며, 40% 미만~30%이상이 130개교로 가장 많다.

능 우선선발의 허와 실=지난 4월경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상당수 수험생들이 반겼던 발표가 있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어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의 50%를 뽑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 입시에서 수능이 중요한 변별 요소로 떠올랐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수능을 치른 지금,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입시 컨설팅 업체 ㈜RPS커뮤 석호 평가실장은 “정시모집의 경우 가·나·다군으로 나눠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연세대·고려대 등 가군 대학들을 지원하는 상당수 수험생이 나군에서 서울대학교를 지원한다”며 “일부 대학의수능 우선선발 전형은 서울대에서 치르는 논술시험에 자신이 없는 일부 수험생을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전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부 비중 증가, 특목고생에게 불리할 듯=올해 교육부와 대학들간 갈등의 핵심은 ‘내신 실질반영률의 확대’ 문제였다.
교육부는 “내신 실질 반영 비율 권고 사항인 50% 이상을 유지하라”며 “모든 내신 등급 구간의 점수 차이를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대학 당국은 대학 자율성에 대한 침해라고 반발했지만, 결국 교육부의 요구를 일정 수준에서 받아들이는 선에서 타협했다. 대학들은 15~30%선에서 학생부의 실질반영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2008 정시모집에서 내신의 실질적 비중은 어떠한 형태로든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특목고 출신 수험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경우 내부적으로 합격권 학생들의 약 25%정도가 변동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작년 특목고 합격자의 25%가 불합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주요대학 논술준비 어떻게…

서울대 지식·원리 포괄적 서술…주변형상과 접목을
고·연대 제시문 이해력 평가…핵심 주장은 간결하게

통합교과형 논술이 되면서 과거처럼 각 대학별로 보였던 뚜렷한 특색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각 대학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에 따라 논술고사에서 일정한 특징은 유지될 전망이다. 난이도에서도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학별 논술고사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서울대= 통합교과형 논술의 새로운 유형을 주도하고 있는 대학이 바로 서울대다. 국내 대학들 중 가장 먼저 2008학년도 논술고사 예시문항을 발표했던 서울대는 교과서의 지문 활용도를 크게 높였으며, 수험생의 입장에서도 비교적 쉬운 제시문을 사용했다. 그러나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까다롭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료를 가공하는 능력과 구성능력,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답안 분량도 장문의 답안을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한 문제 당 200자~1000자 정도의 짧은 글을 여러 편 쓰도록 했다. 대신 총 분량과 시험시간은 늘어났다.

1000~1200자 단문 훈련
수리적 사고력 길러야

2008 정시모집에서 예상되는 논술 유형은 주제 하나에 몇 개의 문제를 나열하거나 유기적 형태로 연결된 몇 개의 질문이 이어하는 형태다. 요약, 주장에 대한 반론 제기,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 서술 등 다양한 형태로 질문함으로써 얼마나 다양한 방식의 사고훈련이 되어 있는지를 측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의 경우 올해 초 예시문항에 비추어 볼 때 어려운 수학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수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질문이 예상된다. 수리적 질문은 정확히 논술하지 못하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수리·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각 영역의 지식을 포괄하는 논제가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시문항을 보면 높은 창의성보다는 수학 및 과학 원리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 대한 적용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대부분이었다.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원리들을 주변의 현상에 적응, 해석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 고려대= 전통적으로 고려대 정시논술은 뚜렷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5~6개의 제시문 요약, 제시문의 상호연관성을 서술하고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서술하도록 했다. 지난 4월 모의고사에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듯이 기존 언어·수리·탐구영역의 통합형 논술에서 인문계와 자연계가 분리된 형태로 나온다는 것이다.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이 급격히 약화된 현실을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문계는 언어 및 사회탐구 통합형 논술로, 자연계는 수리 과학탐구 통합형 논술로 분리돼 출제될 것이다. 인문계는 의사전달능력과 이해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장문의 제시문을 주고 요약하는 논제가 새로 추가될 전망이며, 논리력과 문제파악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논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대학 측의 입장이다. 자연계는 수리·과학 분야의 기초지식으로부터 문제를 추론하고 확장시키는 능력과 이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하는 논제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주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주로 ‘큰 것과 작은 것을 둘러싼 인식과 가치관’, ‘예술의 기능과 효용’ 등과 같은 인문학적 주제나 ‘현대사회와 합리성’, ‘질서의 의미’ 같은 사회현상이 주로 다루어졌다. 이번 정시에서도 이러한 주제의식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 측이 수험생에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소양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여 표현하는 능력, 둘째 주어진 제시문의 정확한 논지를 포착하고, 이를 기초로 여러 제시문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능력, 셋째 분석과 이해에 기초해 자신의 생각을 발전적으로 전개하는 능력 등이다. 따라서 새로운 유형을 염두해 두고 기존 고려대 논술 시험에서 다루어졌던 논제들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자연계 학생들은 수리 및 과학 영역을 통합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관한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

■ 연세대= 예년 연세대 정시논술의 주제는 ‘불안’, ‘웃음’, ‘이미지’, ‘욕망’ 등으로, 다른 대학들과 확연히 구분됐다. 지난해 정시의 경우 ‘타자(他者)의 마음’을 아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하는 인식론적 물음이었다. 그 동안 연세대 논술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평가는 양 극단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었다. 평소 창의적 사고능력에 관심을 기울였던 학생들은 문제를 잘 소화한 반면, 그렇지 않았던 학생들은 손도 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학 측은 논술시험에서 특정한 지식이 없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제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제시문은 교과서 및 교과서에 담긴 주제를 표현하는 문학 및 비문학 고전 지문을 활용하며, 텍스트 이외의 자료가 추가될 수 있다.

지난해 ‘다면사고형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던 모의 논술 유형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인문계 예시문항에서는 소득 분배의 형평성을 평등의 개념과 연결짓는 문제였다. 주제는 사회현상에 관련된 것이었으나 삼각형의 무게 중심점의 변화를 통해 도표 등과 관련시켜 해결토록 했다. 대부분 수험생이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막상 풀이과정은 손도 대지 못했다. 기본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발표한 1·2차 예시문항에서는 수리 논술은 없어지고, 제시문의 비교 분석 능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커졌다. 대학 측의 논술 출제 방향에서는 ‘통계자료나 기본적인 수학적 논리, 그리고 과학적 주제를 묻는 제시문과 문항을 포함해 출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수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적 지식의 검증은 기본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명시했다. 수리논술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의예시 문항의 유형을 꼼꼼히 분석하고, 창의적 사고능력의 확장에 필요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도움말= 논리사고 (www.non4go.com)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bully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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