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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 내년3월 비장의 인상파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2차대전 종전과 함께 패전국 독일에서 사라진채 잃어버린 그림으로만 알려져온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걸작들의 소재가 최근 처음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국립에르미타주박물관은 지난 9월말 짤막한 보도자료를 배포,내년3월 인상파 작가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처음으로 종전당시 독일에서 사라진 인상파 작품들을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문제의 작품은 드가.세잔.도미에.툴루즈 로트레크.모네.피사로.르누아르.반 고흐등이 남긴 70여점.대부분 독일 개인컬렉션이었던 이들 작품은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사라져 세계미술계에서는전쟁중 멸실된 것으로 간주해왔었다.
한때는 독일에 진주한 소련군이 문제의 작품들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풍문도 있었지만 소련측의 오랜 침묵으로 미술화첩에서마저 이들 작품은 「잃어버린 작품」으로만 소개돼왔다.
국립에르미타주박물관은 잊혀진 작품들의 전시계획을 발표하면서 작품 수에 대해서는 정확한 확인을 거부했는데 이는 아마 전시개최 이전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독일측의 반환요청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세계 미술계에서는 사라진 인상파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특히 드가의 최대 걸작품으로 꼽히는 『콩코드광장』과 반 고흐가 자살하기 6주전에 완성한 『밤의 흰 집』의 존재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콩코드광장』은 드가의 화집속에 대부분 복사본 사진과 함께 「분실.파손추정」이라고만 설명됐던 작품.게르스텐베르크란 베를린인의 컬렉션에 포함돼있던 이 그림은 드가의 절친한 친구이자 판화업자인 루이 르픽과 그의 두 딸이 콩코드광장 입 구에 서있는모습을 그린 것으로 드가를 설명할 때면 반드시 거론됐던 작품이다. 문제의 작품들은 에르미타주 내에서도 엄중한 보안에 붙여져91년 옛소련연방이 해체되고서도 관내의 극소수 인물들에게만 존재가 확인된 것으로 전한다.
지난 26년간 에르미타주 관장을 지낸 아버지 뒤를 이어 취임한 미하일 피오트로브스키관장조차 『부관장에 오른 1991년까지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있던 이들 작품이 공개되는데 대해 서방미술계에서는 『에르미타주가 서방측의 재정 지원을 목말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뉴욕을 방문중인 피오트로브스키관장은 「에르미타주의 미국인 친구들」이란 기금모금 단체의 창립 파티에서 『에르미타주미술관의 외벽 도장공사에만 1백만달러가 소요된다』며 『에르미타주가 더이상 러시아만의 미술관이 아니■ 세계의 미술관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내년 3월 공개될 문제의 작품들은 최근 독일측이 2차대전중에가져온 프랑스 인상파 작품을 반환한 사례도 있어 세계미술계에 한차례 미술품 원적지 반환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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