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WORLD] ‘빅3’ 뭉쳐 잠자던 팀을 깨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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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17면

전통의 팀 보스턴 셀틱스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대니 에인지 단장이 구축한 새로운 ‘빅3’ 레이 앨런케빈 가넷폴 피어스(왼쪽 부터). [www.nba.com/celtics]

이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인 87년과 88년, 레이커스는 압둘 자바와 매직 존슨, 제임스 워디를 앞세워 2연속 우승했다. 이후 90년대의 과도기를 거쳐 2000년부터는 섀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활약으로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레이커스와 함께 80년대를 풍미했던 셀틱스의 최근 성적은 보잘것없다.

작년 꼴찌 보스턴 셀틱스, 파죽의 8연승

56~57 시즌을 시작으로 30년간 NBA 최다 기록인 16차례 우승을 거머쥔 셀틱스는 86년 우승 이후 결승전에조차 올라가 보지 못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시카고 불스에 밀려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고, 이후 ‘빅3’(래리 버드, 케빈 맥해일, 로버트 패리시)의 잇따른 은퇴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곤두박질쳤다.

현역 시절 투지가 넘쳤던 대니 에인지는 단장이 되어서도 공격적으로 구단을 운영한다. [NBA포토]

하지만 지난여름 셀틱스의 선수 출신인 단장 대니 에인지는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케빈 가넷과 레이 앨런이라는 걸출한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 둘은 그간 고군분투해온 폴 피어스와 함께 새로운 ‘빅3’로 떠올랐다. 이들로 인해 지난해 24승58패라는 동부지구 최악의 성적을 남긴 팀이 일약 우승후보로 도약하게 됐다.

샐러리 캡(연봉상한제) 규정상 트레이드되는 선수들 간의 몸값을 맞춰야 하는 부담 때문에 NBA에서 대형 선수들의 이동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세 명의 올스타급 선수들을 한 팀에서 보는 것은 비디오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했다. 그러나 에인지 단장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셀틱스는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6월 29일 가드 딜론테 웨스트와 포워드 월리 저비악, 그리고 1라운드 지명권을 시애틀 수퍼소닉스에 내주고 2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앨런을 영입했다.

약 한 달 후인 7월 31일에는 더 큰 ‘사건’을 저질렀다. 알 제퍼슨, 테오 래틀리프, 제럴드 그린, 라이언 곰스, 세바스찬 텔페어와 두 개의 1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 및 현금을 보내고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가넷을 데려온 것이다. 보스턴은 단일 선수 영입에 리그사상 가장 비싼 값을 치렀다. 미네소타의 단장은 셀틱스의 원조 ‘빅3’ 중 한 명이자 에인지의 팀 동료였던 맥해일이다.

앨런은 지난 4월 발목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지만, 55경기에 출전해 생애 최다인 평균 26.4득점을 기록했다. 스크린을 받고 돌아나와 점프슛을 구사하는 능력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그는 11시즌 동안 세 번에 걸쳐 3점슛 득점 1위를 차지했다.

2004년 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가넷은 공수 양면에서 NBA 역사에 길이 남을 파워 포워드다. 매시즌 20득점과 10리바운드를 보장하며, 지난 네 시즌 연속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또 12시즌 동안 NBA 수비 올스타 5걸에 여섯 번이나 선정되었다.

피어스는 2000~01 시즌 개막 전 칼에 11번이나 찔리는 사고를 당하고도 그 시즌 모든 경기에 선발출장하는 근성을 보여준 선수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팀이 베테랑 선수 영입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던 피어스. 지난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절반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새 동료들을 맞이해 활기를 다시 찾았다.

하지만 농구는 다섯 명이 뛰는 경기. 이 스타들의 공격을 지휘해야 하는 포인트 가드는 2년차 라존 론도다. 골밑에서 잡일을 도맡아 해줘야 하는 센터 자리엔 검증이 안 된 5년차 켄드릭 퍼킨스가 있다. 이들이 못 미더웠을까. 에인지 단장은 베테랑 수비 전담 요원들인 제임스 포지, 스콧 폴라드와 계약을 맺고, 8년차 가드 에디 하우스를 벤치 멤버로 데려왔다.

시즌 전에는 지금껏 각자의 팀에서 중심 선수로 활약해온 세 명의 스타가 조화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익명의 한 단장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셋 중 한 명이 ‘난 3인자가 되어도 상관없어’라고 나서지 않으면 셀틱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듯 셀틱스는 시즌 개막 후 8연승의 가도를 달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원조 빅3가 활약했던 1987~88 시즌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었다. 2000년대 초 레이커스 왕조가 내분으로 인해 공중분해되었고, 강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조차 리그 타이틀 연패를 이루지 못한 지금, 녹색 유니폼의 사나이들이 새 왕조 건설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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