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금단'의 사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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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15면

동년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고교생 마나토. 그 앞에 당돌한 소녀 유이가 등장한다. 한순간 사랑에 빠진 마나토는 그 소녀가 곧 아버지와 재혼할 여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이한 정신세계를 지닌 또 다른 고교생 데쓰야. 2년이나 유급을 했는데 연인관계인 여교사 마리코와 계속 만나기 위해서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가 ‘스트로베리 온 더 쇼트 케이크(Strawberry On the Short Cake)’, 약칭 ‘S.O.S’다.

조원희의 일드열전 <9> 스트로베리 온 더 쇼트 케이크

내용 요약만으로도 일본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 관계 설정이 드러난다. 여선생과 제자가 사랑에 빠져 있고, 의붓남매가 금단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켜가며 사랑의 사건을 벌인다.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이 불온하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절실함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일 수밖에 없는가. 괴테가 일찍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보여줬던 고민을 21세기의 일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노지마 신지. ‘101번째 프러포즈’와 ‘고교 교사’ 등의 작품으로 1990년대를 휩쓴 일본 드라마계의 스타다. 그가 집필한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15%대의 시청률을 확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00년대 들어 90년대보다는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S.O.S’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맛’을 알고 싶어 하는 시청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구성, 정교한 영상미, 고도성장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인간들의 내면을 다루는 메시지. 거기에 신선한 배우들의 연기까지 추가되어 양질의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주인공 마나토 역을 맡은 다키자와 히데아키보다 구보즈카 요스케가 눈에 띈다. 여선생과 위험한 사랑을 하다 신비로운 소녀 유이의 매력에 빠지는 데쓰야 역을 맡은 그는 졸업생 연설 장면에서 이 드라마의 주제인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을 외친다. ‘부호 형사’의 코믹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지만 4차원의 정신세계를 지닌 여고생 역도 잘 어울리는 후카다 교코의 6년 전 파릇파릇한 모습 역시 지켜볼 만하다.

■ 스트로베리 온 더 쇼트 케이크= 2001년 1월 12일 TBS에서 첫 방송. 평균시청률 17.3%로 역대 시청률 80위권. 아바의 노래 ‘Chiquitita’와 ‘SOS’가 주제곡으로 사용돼 큰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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