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파병안 13일·FTA 16일 처리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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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과 이라크 파병안 처리를 무산시킨 여야가 뒤늦게 양대 현안의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박관용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총무들은 11일 전화접촉을 하고 이라크 파병동의안은 13일, FTA 비준동의안은 16일 처리키로 합의했다. 빗발치는 여론의 비판이 신속처리 쪽으로 방향을 잡게 한 양상이다.

국회가 양대 현안 중 파병안부터 처리키로 한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NSC는 14일부터 열리는 한.미 미래동맹 조정회의에 앞서 파병안을 통과시켜야 협상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에 '현실적'인 이유가 감안됐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경찰 쪽에서 두 개를 한꺼번에 처리할 경우 시위대가 너무 많이 몰려와 감당할 수 없다는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1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파병안은 통과가 유력하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사실상의 여당이면서도 미온적 입장을 보여온 열린우리당이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파병계획이 '비전투병 위주의 파병'이란 당론에 배치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정동영 의장.김근태 원내대표와 청와대.국방부 간의 협의를 통해 당론변경 여지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권고적 당론을 채택하거나, 자유 투표하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이 자세를 전환하면 한나라당도 파병동의안에 적극 나설 명분이 생긴다.

문제는 다음주 초로 넘어간 FTA 비준동의안이다. 농촌 의원들이 상당수인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16일 이전까지 반대 의원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홍사덕 총무는 "정책위의장도 나서고, 나도 나서고, 필요하면 대표까지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박관용 의장도 "반드시 통과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의사봉을 잡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농촌 의원의 주력부대가 포진한 민주당의 경우 추미애 의원 등 도시 출신 의원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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