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러시아경제 루블화 폭락에 흉작까지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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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루블화 폭락,외화부족,30년만의 대흉작등.
지난해 10월7일 신(新)경제개혁을 발표한지 만 1년을 맞는러시아경제가 하반기들면서 매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옐친대통령은 작년 9월말과 10월초에 걸쳐 의회해산과 유혈사태를 빚은 보수파에 대한 강제진압을 통해 정권기반을 굳힌 후 이자율의 대폭 인상,빵값자유화,농지 사유화 허용등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했었다.
그동안 극심한 인플레가 지난 8월 4%수준으로 낮아진데다 월2억달러수준의 외자가 들어오는등 경제가 호전기미를 보여왔다.
게다가 작년의 이자율 인상으로 국내 저축이 늘어나고 외화도피가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해외로 떠났던 돈이 들어오는등 긍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소련이 붕괴된 직후 나타났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줄서기는 없어졌고 거리에는 물건이 넘쳐나지만 그것은 대부분 수입품이다. 국내 공업생산이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루블화의 가치가 지난 1월 18.9%나 폭락한데 이어 9월에도 16.5%나 급락,옐친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웅변해준다.
루블화의 하락은 러시아의 취약한 재정상태와 국내 증권투자 기피에서 비롯된다.
재정적자가 지난 7월중 국내총생산(GDP)중 차지하는 재정적자 비율은 17%로 6월의 10%보다 크게 증가한데서 단적으로나타난다.경제가 어렵고 따라서 세금은 안 들어오는 반면 정부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 재정적자를 충당할 수 밖에 없다.재정에 대준 중앙은행의 자금이 올 상반기 월평균 3조루블(11억4천만달러)에서 7월에는 7조루블(26억6천만달러)로 2배이상 급증했다.
방만하게 금융정책을 끌어가다 보니 당연히 루블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벌이다 파산한 투자회사인 MMM社사건이후 러시아내에서 발행된 증권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있는 실정이다.
특히 에너지.전력과 통신장비등의 분야를 제외하고는 그외의 기업 주식은 대부분 휴지조각으로 취급되는 실정이다.
루블화의 가치하락과 증권투자 불신으로 인해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며 지속적으로 유입된 외국 자본도 줄어들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흉작도 문제다.올해 곡물생산 예상량은 8천5백만t으로 고르바초프 집권기인 지난 86~90년간 평균 1억4백만t보다 무려 2천만t가량 적다.
***토지私有化후 농민 파산 60년대 초반이후 가장 심각한 흉작의 원인으로 날씨도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토지의 사유화 허용후 등장한 농민들이 비료등 폭등하는 농업자재값을 견디지못해 파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은 최근 미국.영국등을 돌며 어려운 경제사정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지만 어느정도 효과가 날지 주목된다.
아무튼 올 겨울 러시아의 겨울이 이래저래 매우 추울 것같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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