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閣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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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각하(閣下)가 대통령을 부를 때나 사용했던 극존칭 이었다.
하지만 본디 각하는 왕이나 대통령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종(侍從)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호텔의 웨이터나 회장의 비서에게 붙이는 호칭이었던 것이다.
옛날 대가 집안이라면 으레 시종을 두었다.그는 늘 집 처마 아래에 시립(侍立)해 있다 수시로 떨어지는 주인의 분부를 처리하곤 했다.
따라서 주인을 찾는 손님은 문간에서 주인 대신 먼저 시종을 부른다.그때 부르는 말이 각하였다.곧 각하는『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후에 친구간의 호칭으로 전용되었다가 이제는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그것도 편지나 글중에서 주로 쓰였다.현재 중국이 그렇다.우리의「…님」과 같은 용법인데 처음받아 보는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내가 각하라 니….』 간혹무협영화를 보면 대화중에도 「각하」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폐하(陛下)나 전하(殿下)도 마찬가지다.각기 궁궐의 계단이나처마 밑에 시립해 있는 시종을 말했다.신하가 직접 왕을 부를 수 없어 그에게 먼저 말했던 것이다.
용어의 변천은 이처럼 종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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