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붉은 장학금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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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일(獨逸)을 거점으로한 북한(北韓)공작조직이 안기부 조사로밝혀졌다.독일 유학생 부부간첩이 자수함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이번 간첩사건을 보면서 먼저 섬뜩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지난8월 대학교수중엔 김일성(金日成)장학금을 받은 교수도 있다는 박홍(朴弘)총장의 증언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때문이다.
이번 간첩사건으로 연행되었던 3명의 교수들은 간첩단과의 연계혐의가 없어 귀가조처되었다니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그러나 문제는 지식인 사회,특히 외국대학이라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속에서 북한은 아직도 적화야욕을 버리지않고 대남공작을 이토 록 은밀히 진행중인데 우리 유학생은 너무나 무방비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유학생 사회 뿐만 아니라 대학을 중심으로한 이른바 진보적 교수들의 너무나 안이한 대북(對北)자세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연행된 3명의 교수가 무혐의로 풀려났다지만 앞으로 어느 교수,어느유학생이 또다른 간첩사건에 연루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부부간첩단의 활동상을 보면 상부 조직에는 보쿰대학에서 연구중인 상부 간첩이 있어서 대학이라는 자유스런 분위기와 학비 조달어려움을 미끼로 상당수 포섭가능한 인물이 이들과 접촉했고,그중몇명은 방북(訪北)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대남(對南)간첩 공작을 北에서는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거나 이들에 대한 우려 자체를 냉소적으로 보는우리 지식인 사회의 잘못된 시각은 차제에 조정돼야 한다.지식인간첩단사건이라면 무조건 조작 가능성부터 생각하 는 권위주의시대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 공작에 말려들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춰야 한다.
비록 김일성 장학금을 직접 받은 것은 아니더라도 유학시절 아무런 조심이나 경각심 없이 우회적으로 건네지는 돈을 받을 수도있고,유학선배로서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는 북을 찬양하고 북의 지시에 따르는 친 북(親北)지식인이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지식인 사회가 함께 경각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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