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국 교수의 LOVE TOOTH] 운동하세요? 그럼 입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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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프로 못지않은 운동 매니어층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의식도 정착돼 헬멧이나 손목·무릎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보호장구 중 한가지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구강 쪽 스포츠 손상을 예방하는 마우스가드다. 특히 많은 시간 야외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의 경우 스포츠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운동을 하다 입술이 터지거나 이가 부러지는 것은 오히려 가벼운 손상에 속한다. 심한 경우 잇몸 안으로 치아가 들어가는가 하면, 턱에 금이 가고, 혀가 잘리며, 뇌에 충격이 가해져 뇌진탕을 일으킨다.

 턱관절의 성장판 손상은 장기적으로 얼굴기형을 만들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외상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선 어린이가 야외 운동을 할 때 마우스가드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우스가드의 구강 보호 효과는 확실하다. 충격을 완화·분산시키는 소극적 안전 장구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이를 악물 때 턱과 목뼈를 고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충격을 받을 때 머리로 올라가는 힘을 절반으로 줄여 뇌진탕을 예방한다.

 마우스가드 착용이 경기 성적을 높인다는 연구도 많다.

 일본 도쿄치과대학 스포츠치의학과 이시가미 교수팀은 마우스가드 착용 그룹의 경기력이 비교군에 비해 꾸준히 향상되고 있음을 보고했다. 경희대 치대 최대균 교수팀은 마우스가드를 착용한 선수들의 팔·다리 근력이 증가했음을 증명했다.

 마우스가드는 운동 중 아래턱 뼈의 위치를 가장 이상적인 위치로 안정시킨다. 얼굴과 턱 주위 신경·근육의 기능이 최적화함으로써 전신의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우스가드는 기성품의 마우스피스와 달리 개개인의 턱관절에 맞도록 정밀하게 제작된다.

 도핑이란 경기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마우스가드를 사용하는 것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신체의 자연적인 생리 활성을 높이는 천연 도핑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치과에서 마우스가드를 장만해 운동 손상을 예방하고, 경기력 향상을 체험해 보자.

박영국 경희대 치대 교수·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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