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人事는 萬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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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경제팀의 개편이 있었다.그 인사(人事)의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 그 과정이다.정부대표,대통령 특사(特使)자격으로 해외에 나가있던 재무장관을 그렇게 갑자기 불러들여 부총리 를 맡기지 않으면 안될 그런 상황이었느냐는 얘기다.
재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총회의 한국 수석대표다.특히 올해 연차총회는 내년 브레튼우즈체제 출범 50년을 앞두고 국제통화제도의 개편문제가 본격 거론되는 역사적의미같은 것은 접어두더라도,우리의 개방화.국제화 노력을 알리고경제력에 걸맞는 대접을 요구해야 하는등 할 일이 많은 회의였다.이것만으로도 연설이나 외국대표단.국제금융계 인사들과의 면담일정이 빡빡했을 게다.여기에 대통령 특사(特使)자격까지 겸하고 있었다. 정부는 김철수(金喆壽)상공장관을 내년 출범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초대 사무총장으로 밀기위해 범정부차원의 로비를 벌이고 있다.그래서 재무장관도 대통령 친서(親書)를 휴대하고 몇몇 국가 최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일정을 잡아놨었다.
전적으로 우리 필요에 의해 만나는 일이니만큼 일정잡기도 결코쉽지 않았을 것이다.그런 일정들이 사나흘 인사(人事)를 앞당기기 위한 본국 소환으로 모두 취소됐다.물론 약속이란 취소될 수도 있다.그러나 그건 상대방이 납득할만한 해명이 전제돼야 한다.국가나 정부를 대표해 한 약속은 말할 나위도없다.이번에 해명거리란 결국 개각밖에 없다.우리야 인사라면 만사(萬事)제쳐도 되는 일로 이해될 수 있는지 몰라도,국제사회에서 그런 행태가 신용을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은 분명하 다.
지난 90년5월 정영의(鄭永儀) 당시 재무장관이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을 위해 인도 뉴델리 공항에 내리자마자 되돌아 가는 해프닝이 벌어져 빈축을 산 일이 있다.추후 밝혀진 주가(株價)폭락이나「5.8부동산대 책」같은 당시 귀국사유도 다른나라들이「그럴만한 사정」으로 여겼을까 의문이지만 이번 경우는 더 심했다.더욱이 지금은 국제화가 안팎의 필요에 의해 그토록 강조되고,스스로도 과거 정부와는 차별성을 부각하려 애쓰는「문민정부」시대다.그러니 불과 사나흘을 못참고 개각을 한 데는 또 다른 진짜 이유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뒷공론이 생기는 것이다.국제화란 구호에 걸맞는 인식변화가 정말 절실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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