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픈데 감투 필요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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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독일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대연정을 출범시킨 주역인 사민당의 프란츠 뮌터페링(67.사진)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이 13일 물러났다. 암 투병 중인 아내 안케페트라(61)를 곁에서 돌보기 위해서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 독일 언론들은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을 던져 버린 뮌터페링의 사연을 일제히 소개했다.

안케페트라는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다섯 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러자 뮌터페링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집안일"이라며 부인 곁을 지키겠다고 결정했다. 총선이 한창이던 2002년 부인이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뮌터페링은 사퇴를 고려했다고 일간 빌트지는 전했다. SZ는 "그는 정치를 위해서나 부인을 위해서나 항상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뮌터페링은 다변이나 달변보다는 짧고 분명한 문장을 즐기는 선 굵은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민당 당수로 있던 2005년에는 당내 사무총장 경선에서 자신이 밀었던 후보가 당선되지 않고 좌파 성향의 안드레아 날레스가 선출되자 즉시 당수직에서 물러났다.

메르켈 총리와의 주례회동으로 정책을 조율해온 뮌터페링이 물러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삐걱거리던 대연정의 앞길이 더욱 험난하게 됐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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