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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옆에서 음란물 호객-청계상가.유흥업소 잠입취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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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찰단속이 겉돈다.
지존파.온보현(溫保鉉)사건이후 경찰이 총포.도검류,폭력.음란비디오.만화 불법유통과 변태업소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펴고 있으나 세운상가.청계천등에선 정복경찰관이 돌아다니는 앞에서 음란비디오가 버젓이 거래되는등 단속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래도 좋은가.경찰단속을 비웃는 현장을 돌아보았다.
2일 오후6시 서울종로구종로3가 세운상가.연휴로 일반상점들은거의 철시했지만 포르노비디오.음화.최음제등 온갖 음란물이 팔려「음란물 메카」로 불리는 상가2층은 평상시처럼 30여명 정도인판매업자들의 호객행위가 여전하다.
취재기자가 상가에 들어선지 1분도 안돼『테이프 필요하냐』며 따라붙은「삐끼」라 불리는 바람잡이가 안내한 곳은 옥외 복도에 세워진 반평 조금넘는 가건물 안.20대초반의 남자 1명이 흥정중이고 고교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2명은 거래를 마 친듯『내일 또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LD복사판은 4만원,원판은 8만원,국내연예인 얼굴합성한 것은 1백만원이면 됩니다.』 흥정이 무르익자 상인은 상가복도에 버젓이 쌓아둔 상자안에서 음란테이프를 꺼내왔다.
그는『단속은 길어봤자 이틀을 넘기지 못하니까 신경쓸 필요없다』며『비디오를 본뒤 갖고오면 1만원에 새걸로 바꿔주겠다』고 말했다. 상가 바로 아래층에선 정복경찰 3명이 단속장부를 들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20m쯤 떨어진 또다른 비디오상점 주인은『지존파 사건이후 단속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도 30만원쯤 순익을올린다』고 말했다.
3일 밤 인근에서 순찰을 돌던 의경은『왜 단속을 안하느냐』는질문에『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와서 하는 건데 단속건수만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4일 오후10시 서울청량리역 속칭「588」골목 주변 무허가 여관들. 1인당 5천원만 주면 2평 남짓한 골방에서 음란비디오를 보여주는「포르노비디오방」30여곳이 이미 만원사례다.관할 역전파출소는 불과 1백여m.40대초반의 한 업소 주인은『2시간마다 경찰이 한바퀴씩 돈다』며 웃었다.
3일 오전1시.불과 한달전 불법심야영업을 하며 포르노물을 틀어주는 사실이 보도돼(本報 8월26일자)일제단속 대상이 됐던 서울성동구화양네거리 유흥업소앞은 누가 경찰이고 누가 술집종업원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30여명의 의경들이 배치돼 있는 근처에서 무전기를 든 20대「삐끼」들이 버젓이 호객행위를 한다.
『1백50석에 당구장도 있어요.』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C가라오케의 철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자 50~60명의 10대후반~20대초반 젊은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15~16세쯤 돼 보이는 남녀가 당구에 열중이었다.
인근 K노래방도 이미 손님이 가득찼고 10여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대기중이었다.단속을 나왔지만 멀뚱멀뚱 서있는 경찰,그속에섞여 버젓이 호객행위를 하는 업자들.일대는「심양영업의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4일 오후4시40분쯤 서울남대문시장 군용품노점상가.『대검하나사자』는 기자의 말에 상인은 눈치를 보더니『6만5천원을 내라』고 말했다.
『단속은 안나오느냐』는 질문에『평소엔 가만있다가 지존파사건이언론에 보도되니까 괜히 시끄럽다.그러다말테니 걱정할건 없다』고말했다. 서울 J경찰서 金모형사는『한달에 일제단속령이 서너번씩내려온다.대충 길가에 서있다 재수좋으면 조무래기 몇 붙잡는게 고작인데 그걸로 불법이 근절될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걸핏하면 일제단속령이 내려가지만 정작 단속이 되는건 거의 없어요.그런식의 단속은 범죄꾼들에게 경찰단속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시킬 뿐입니다.』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연구실장은 체면치레단속 관행부터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表載 容.郭輔炫.權赫柱.金玄基.張世政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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