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부총리 마지막 閣議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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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병때문에 자리를 떠나는 정재석(丁渽錫)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4일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나는 요양생활을 하면서 병마(病魔)와도 화목하게 지내고자한다』며 담담하게 작별인사를 해회의장을 숙연하게 했다.
丁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이영덕(李榮德)총리에게 사퇴인사를 하고 『몸도 불편하니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李총리의만류에도 『중요한 보고거리도 있다』며 굳이 회의에 들어갔다.
그가 독점규제및 공정거래법개정안등 경제기획원 소관 안건 3개를 제안해 의결된 뒤 李총리가 『丁부총리는 입원중임에도 이 회의에 굳이 참석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李총리는 『대통령이 경제가 안정된 상태고 전망도 좋다며 丁부총리의 사퇴를 만류했지만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치료를 받아야할 입장이어서 사의를 표명했다』며 丁부총리의 신상발언을 유도.
丁부총리는 먼저 9월중 물가동향을 설명한 뒤 『그동안 물가문제로 국민에게 많은 심려를 끼쳤는데 협조해줘서 감사하고 가장 크게 염려했던 추석물가도 다행히 좋은 보고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거듭 감사인사를 했다.
그는 이어 성장률.물가.국제수지등의 연말 전망을 밝게 보고『지난해 부총리로 들어설 때 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어려웠으나 이제 경제회복기를 지나 호황기로 접어들고 물가도 잡히고 있어 감사드린다』고 감회어린 표정.그는 『엄숙한 국무회의 자리에서 일신상의 문제를 말씀드려 죄송하다』며 『국회의 예산심의를 앞두고예산장관이 떠나게 돼 대단히 미안하다』고 자신의 「신병」에 대한 말문을 열었다.『나는 병원에 가 본 일이 없는 사람인데 예산심의를 앞두고 격무가 예상돼 건강 진단을 해봤더니 뜻밖에 암성분이 있는 장(腸)종양(腫瘍)이라고 하더라』며 마치 다른 사람의 병을 말하듯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병명을 밝히고 『대장(大腸)부분의 癌성분을 잘라내고 다시 장을 붙여야 하는 수술도 비교적 간단해 2주일이면 된다고 하지만 솔직히 개복(開腹)해봐야 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부총리 자리는 하루도 비울 수 없어 대통령께 간곡히 말씀드려 사직하는 은혜를 입었으며 이점 다시 감사드린다』고말했다. 丁부총리는 이어 『나는 30여년의 공직생활 가운데 지난 1년이 가장 보람차고 영광된 한해였다』고 회고.
〈金鎭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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