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로비 韓中배구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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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한국과 중국 배구가 「일본파고」에 시달리고 있다.
두나라는 일본의 강력한 로비공세에 휘말려 주요 국제대회에서 승부에는 이기고도 예선탈락하는 등 비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일 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94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3-0으로 완파,나란히 1승2패를 마크하고 세트득실에서도 앞섰으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일본-이탈리아전 직전 집행위를 소집,세트득실차가 아닌 세트득실률과 득점순으로 플레이오프 진출팀을결정한다는 임시규정을 통과시켰다.이 규정에 따라 중국은 3세트를 얻고 6세트를 잃어 4세트를 따고 8세트를 잃은 일본과 세트득실률(0.5)에서 동률을 기록했지만 득점에서 2점이 뒤져 분루를 삼켰다.
일반적인 규정에 따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테살로니케에서 플레이오프 경기장소인 아테네로 이동하려던 중국의 셴후리감독은 탈락사실을 통보받고 망연자실,『아시안게임 보이콧을 고려하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상식을 벗어난 FIVB의 규정은 재력을 앞세운 일본의 로비가작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한국도 일본의 장난에 희생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이 아시안게임에서 세계대회 성적을 남자배구 조편성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일본이 한국.중국.카자흐 등을 한조에 넣고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를 선택해 들어갈 경우 한국의 고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아테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선수권 플레이오프에서 불가리아와 맞서는 한국은 한세트도 얻기 어렵다.일본이 네덜란드의 협조(?)를얻어 8강에 진입한다면 아시안게임 대진표는 일본의 의도대로 그려진다.한국은 이미 지난 8월 월드 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에서 일본을 누르고도 세계최강 브라질이 일본에 고의 패배,결승라운드진출에 실패했었다.
세계배구계에 일본의 입김이 강한 이유는 막강한 자금력 때문이다.FIVB는 일본회사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주요 국제대회에서는 일본제품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
[아테네(그리스)=申東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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