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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의류 업계.세일행사등 통해 저가경쟁 불붙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자동차에 옷가지를 싣고 다니며 싸구려로 파는 노점상도 이제는그만둘 형편이 됐다.구청이나 경찰의 불법 노점상 단속때문이 아니고 내로라 하는 의류업체가 노점상보다 더 싸게 물건을 팔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의류업체인 이랜드그룹은 최근 몇달간 서울 명동 제일백화점을 비롯한 판매장에서 「라파밀리아」란 브랜드의 청바지기획상품을 불과 9천9백원에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로 오피스街 골목을 오가며 이른바 덤핑 처리 싸구려 청바지를 1만3천원에 파는 노점상보다도 훨씬 싼 가격이다.
노점상 金모씨는 『동대문 동평화시장 등에서 이른바 땡처리로 나온 덤핑 물건을 받아오나 이 이상 값을 내려 팔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본래 중저가(中低價)를 찾는 고객층을 타깃으로 제품을 만들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각종 기획상품과 세일 행사로 제품 가격대를 더욱 낮추고 있다.청바지의 경우 최소한 1만5천원은 주어야 하는 재래시장은 물론 노점상보다도 싼 값에 파는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자체 생산공장이 없어 모든 제품을 하청생산하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시장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브랜드 의류업체가 감수해야 하는 광고비나 여타 부대비용을 감안할 때 9천9백원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혁명 적」인가격이다.
이는 중저가 의류의 판매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전반적으로는 의류 가격체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브랜드 의류업체들은 계속 고가제품을 개발하고 권장소비자가를 올리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매출 타개를 위해 끊임없이 세일.할인.가격인하.기획상품전등의 각종 행사를 통해 「공식적인 판매가격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일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의류업계의 추세로 볼 때 이같은 저가(低價)경쟁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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