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의학용어한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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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보사부는 지난 7월 의료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의료용어의 한글전용 조항을 추가했다.즉 의사가 쓰는 진료기록부와 처방들도 앞으로는 한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행령의 근본취지는 환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6.25 이후 모든 의과대학에서 영어교재를 사용하게 되었고 의학용어 역시 영어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의학전문 용어들은 우리 한글체계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화라는 작업은 단순히 한자어를 음만 따서 한글로 표기하는 데 불과했다.예를 들어 『측색동 측전각 증후군』(側索同側前角症候群.등골 측면부위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증 세)이란 병명(病名)이 있다.이렇게 한글로만 써주면 환자 자신이 모를 뿐아니라 이 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의사들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어 문법체계조차도 20세기 초에 들어와 정리되기시작했다.이미 2백년 전에 문법체계가 갖춰진 다른 외국어에 비하면 훨씬 뒤져 있는 셈이다.
일본인들은 이미 상당히 오랜 번역의 역사를 갖고 있어 대다수의 의과대학에서 일본어 교재를 쓰고 있으나 그들 역시 교수들은학문의 흐름 또는 발표를 위해 전문의학용어를 영어로 이해하고 있는 형편이다.
모든 것을 한글로 기록한다 해도 의사로서 또는 환자의 알 권리의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가랑이 등 알기 쉬운 말들은 의학전문용어로는 채택되어 있지 않아 액와부.서혜부등으로 쓰고 있다.
의학용어의 한글화는 한 훌륭한 언어문화를 가진 나라로서 반드시 권장되어야 할 사항이나 이를 위해서는 한문용어를 단순히 한글로 변화시킨 것에서 탈피해 더욱더 이해하기 쉬운 진정한 우리말로 바꿔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남북통일에 대비해서도 이미 이런 작업에 착수해 상당한 업적을 이룩한 북한의 의학용어 체계를 참조해봄직하다.
〈高大醫大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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