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참다랑어양식 나서 … 싼값 맛볼 날 멀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통영시 수산관계자들이 지난 8월 28일 일본 긴키대학 수산연구소를 찾아 참다랑어 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통영시 제공]

‘바다의 쇠고기’라 불리는 참치, 그 가운데서도 참다랑어(일명 혼마구로)는 맛은 뛰어 나지만 어획량이 적어 한 마리에 수천만원짜리도 많다. 그런 참다랑어를 싼값에 맛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통영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년 6월부터 참다랑어 양식에 나서기 때문이다. 시는 12일 수산전문가와 양식어민 1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민간참여업체 선정을 마쳤다. 2억원으로 참다랑어 양식 환경조사를 위한 용역을 다음 달 발주한다. 용역에서는 참다랑어가 국내연안을 지나는 경로와 크기, 시기 등을 조사한다. 시는 내년 4월쯤 바다에서 어린 참다랑어를 잡아 양식을 시작할 계획이다.민간 참여업체로 선정된 천보수산 등 5개 양식업체는 연말까지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어업법인을 만든다.

지난 8월에는 통영시 수산관계자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공부화 기술을 이용한 양식에 성공한 일본 긴키(近畿)대 수산연구소를 찾아 기술교류 문제를 협의했다. 일본 긴키대 양식팀을 초청해 경상대 해양과학대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참치 길들이기가 관건=양식은 바다에서 어린 참다랑어를 잡아 양식장에 넣어 기르는 단계부터 시작한다.그러나 참다랑어는 회유성이 강해 비좁은 양식장안에서는 적응하지 못해 잘 죽는다. 따라서 자연산 어린 참다랑어를 길들이는 것이 핵심기술. 긴키대팀도 1970년 자연산 어린 참다랑어를 잡아 양식장에 풀어 놓았더니 한 달을 못 버텼다. 바다를 마음대로 다니던 습성 때문에 그물에 부딪쳐 상처가 생기면서 세균감염으로 모두 죽었다고 한다.

긴키대팀은 양식을 시작한지 35년 만인 2005년 말에야 인공부화를 이용한 참다랑어 상품화에 성공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통영시는 긴키대의 기술도 들여오고 현재 국내 방어양식에 적용하고 있는 어류 길들이기 기술을 응용할 계획이다. 어린 참치를 잡는 것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면 수입도 검토하고 있다.

시는 이 단계의 기술이 축적되면 인공부화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일본 긴키대 교환연구원을 다녀 온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들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을 계획이다. 긴키대팀도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 올린 새끼 참치가 성장해 처음으로 양식장에서 알을 낳게 하는 데까지 9년이 걸렸다.

◆성공하면 대박=참다랑어는 자원보호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어획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지난달 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대서양 다랑어보존위원회(ICCAT)는 연간 어획량을 8만5000t이하로 결정했다.한국은 대서양에서 2100t의 어업쿼터를 확보하고 있다.

통영시가 참다랑어 양식에 나선 것은 침체된 양식업계의 활로를 찾기위해서다. 통영 앞바다 230㏊ 양식장에서 지난해 1만9000t의 각종 어류를 길러내 13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우럭·참돔과 같은 기존 양식어류는 포화상태인 데다 가격도 낮아 양식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영시 진근태(46)양식담당은 “기존 양식장의 20∼30%만 참다랑어 양식으로 전환할 경우 자연스레 기존양식장을 구조조정 하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참다랑어=고등어과로 10여년 자란 큰 물고기는 몸길이 3m, 무게 380kg가량이나 된다. 한국·쿠릴 열도·일본·중국 근해를 거쳐 하와이·남양 군도까지 분포한다. 주로 대서양에서 많이 잡히며 인공부화를 통한 완전한 인공양식은 일본만 성공한 상태다. 호주, 스페인, 포르투칼 등 10여 국가에서는 자연산 어린 참치를 잡아 양식하고 있다. 정어리, 멸치를 주로 먹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