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낭패기>뉴욕 그리니지 빌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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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예술의 거리」인 뉴욕의 그리니지 빌리지.이곳에선 예술가들의전위적인 활동이 이루어진다.
수많은 카페에 모여든 사람들과 무명 음악가들.특히 이곳은 밤마다 음악의 열기로 가득하다.흑인 악단과 정열적인 여가수의 영가를 들을 수 있는 재즈 카페,신나는 록음악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록 카페,미국의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는 컨 트리 카페등다양한 음악 장르를 즐길수 있는 곳들이 널려있어 사람들은 기호에 맞는 곳에서 술도 마시고 음악도 듣는다.
미국여행이 처음인 J씨는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 이곳에 온 첫날밤 재즈 카페에 들렸다.평소 재즈를 좋아하는 J씨는 흑인들이부르는 노래에 심취,흥겨운 시간을 보냈다.새벽녘이 돼서야 문을나선 백인과 흑인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인 가 운데 젊은 아가씨가 노래를 부르며 탭댄스를 추는 모습에 매료돼 한동안 서서 구경했다.
그런데 춤추던 아가씨가 느닷없이 J씨에게 다가오더니 춤과 노래를 들었으면 돈을 내라고 요구해 어안이 벙벙했지만 구경값이라생각하고 10달러를 주었다.몇분뒤 그 자리를 떠나 골목 모퉁이를 막 돌아서는 J씨 앞에 한 흑인 젊은이가 장 미 한송이를 내밀며 강매하는 것이었다.장미 한송이에 10달러.잔돈이 없다며그 자리를 뜨려 하자 흑인은『50달러나 1백달러짜리를 주면 거슬러 주겠다』고 했지만 웬지 석연치 않아 좋게 거절했다.그러나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다 닌다며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했다.할수 없이 50달러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려는 순간 어느틈에 권총을 꺼내 든 흑인은 강도로 변해 『움직이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당황한 J씨는 시키는대로 두손을 들고 벽에 기대섰다. 흑인은 잠시 몸을 더듬더니 시계.반지.목걸이.지갑등을 몽땅 털어 달아났다.뒤에야 안 사실이지만 아름다운 예술의 거리인그리니지 빌리지의 밤길은 그 지역 사람들도 혼자서는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한국사람을 노리는 강도가 득실거리는 곳이라는 말을 들은J씨는 더 큰일이 없었던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金延貞〈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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