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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 사막에 심은 '푸른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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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네이멍구 자치구 쿠부치 사막. 그곳은 10월 말인데도 매서운 찬바람이 옷깃으로 파고들었다. 매년 봄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황사의 40% 이상이 바로 네이멍구에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우리 회사(대한항공) 임직원 70여 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대한항공 녹색 생태원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쿠부치 사막 일대는 무분별한 경지 개간과 방목으로 인해 갈수록 동쪽으로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사막의 끝 자락에 방풍림을 조성하는 것만이 사막화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란다.

쿠부치 사막에 이르자 드문드문 서있던 나무마저 보이지 않고 황량함만이 가득했다. 과거 초원이었던 이곳이 폐허가 돼버렸다고 생각하니 긴장감마저 들었다. 현장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자 강한 모래바람이 불었다. 잠시 마스크를 내렸을 뿐인데 입 안에서 모래가 서걱서걱 씹혔다. 움직일 때마다 운동화에 모래가 스며들었다. 과연 이런 곳에 나무를 심어서 잘 자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불과 10㎝ 정도 깊이로 모래를 파자 신기하게도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땅이 나왔다. 2인 1조로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을까. 모래 언덕이 어느새 삽자루 높이의 묘목으로 가득 찼다. 나무 심기를 마치고 묘목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걸고 물을 줬다. 이 묘목이 뿌리를 내려 숲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10년, 20년 후 울창한 숲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차가운 날씨와 매서운 바람에 악전고투했지만 지구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보람과 기쁨이 컸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사막화의 재앙을 지금 막지 않는다면 나와 내 후손이 살아갈 땅도 안전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쿠부치에 심은 건 우리 미래를 위한 희망이었다.

지혜림 대한항공 객실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