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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서울 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 배기동 사무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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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 최고위 문화계 인사에게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2004 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은 배기동(裵基同.52) 한양대 박물관장. 국내 대표적 구석기 시대 연구가인 그가 구상하는 이번 대회의 화두는 뜻밖에도 '디지털'이다. 그는 1978년 스승인 삼불(三佛) 김원룡 교수와 함께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유적 발굴에 참가, 한반도의 첫 구석기 유적으로 기록되게끔 한 주역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 학자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원정 발굴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다. 裵관장은 "디지털시대에는 모든 문화적 요소들이 디지털화돼 저장되거나 통신기기를 통해 빛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며 "구석기 시대 유적은 땅을 파면 나온다지만 향후 이런 디지털 유산를 어떻게 다뤄야 하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박물관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이번 대회에 '디지털 유산과 미래 박물관'이라는 특별 세미나를 기획했다. 세미나뿐 아니라 세계 IT업계의 유명 인사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연계한 다양한 전시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세계박물관대회는 1백40개국에 1만9천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세계박물관협의회(ICOM)가 3년마다 여는 국제행사다.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는 1천5백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진국의 박물관장은 보통 해당 국가의 문화계를 대표하는 사람이며 정.재계 실력자들과도 통하는 사교계의 핵심 인사"라며 "이런 사람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라고 이번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자칫 준비를 소홀히 했다간 한국의 위신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裵관장은 "대회가 코 앞인데 예산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비정부기구(NGO)의 행사지만 그 의미가 큰 만큼 정부.기업.지자체가 적극 도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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