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바로잡을 엄격한 신상필벌 시급-군원로들이 본 장교탈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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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육군장교 무장탈영 사건에 대해 군(軍)원로.선배들은 한결같이『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軍기강과 지휘체계 전반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원로들은『군인정신을 망각한 사건』『군대파멸의 길이자 직업윤리.직업의식이 실종된 어처구니없는 사태』라며 후배군인들을 추상같이 나무랐다.
6.25전쟁당시 육군작전국장으로서 한국군의 작전을 총지휘했던장창국(張昌國.70.예비역대장)前합참의장은『군대의 기강이 해이해질대로 해이해져 발생한 사건』이라며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일이 아니냐』고 개탄했다.
역시 4星장군출신의 이필섭(李弼燮.57)前합참의장은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서있는 돌로 만든 경구(警句)「위국헌신(爲國獻身)」으로 후배군인들에 대한 충고를 대신했다.
李씨는『육사교정의 이 경구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충고』라며 『군인은 나라를 위해 일해야지 결코 개인적 감정에 의해 행동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보안사령관을 지낸 강창성(姜昌成.65)의원은 『이번 사건은 정규육사출신 소대장의 무장탈영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크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軍수뇌부의 각성과 책임을 추궁했다.
2군단장과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천용택(千容宅.57.예비역중장)국가비상기획위원장은 『윤리차원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千위원장은『장교단이 얼마나 건전하고 씩씩한가가 국가발전의 척도』라면서『이번 사태는 장교들이 가져야 할 자긍심과 윤리관이 부족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상명하복(上命下服)이 흔들리면 군은 존재할 수 없다』고강조하고▲외국처럼 전문직업 집단으로서 「장교윤리관」을 심어주는교육개편▲군기강.군전투력.군윤리관 확립을 위한 근원적 치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채명신(蔡命新.68)前주월(駐越)사령관은『쇼크』라고 표현했다.그는『세계 군 역사상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책임감을 부여하는 확고한 장교국가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차장을 지낸 예비역준장출신의 박경석(朴慶錫.60)군사평론가협회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역대정권의 질서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朴회장은『전시에 장교들의 근무지 이탈은 있었어도 이번처럼평시에,특히 육사와 ROTC출신등 지성있는 장교들이 무장탈영을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이는 근본적으로 박정희(朴正熙).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쿠데타에 의한 질서파괴 행위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위국헌신의 군인정신을 지니는 것이 군인으로서 최고의가치』(이필섭)『시급한 것은 군기강을 바로잡는 엄격한 신상필벌』(장창국)『군조직에서 위계질서는 생명』(박경석)『자기희생』(천용택)을 강조했다.
군기(軍紀)해이문제와 관련,28일 국회국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선배군인출신 의원들은『장교가 이럴수 있나.기강이 뿌리째 뽑히는소리가 들린다』며 뼈있는 비판을 퍼부었다.
이처럼 軍원로.선배들은 장교무장탈영 사건을 탄식하면서 과연 올바른 직업군인이란 무엇이며 군인정신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후배군인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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