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20여명 흩어진 돈줍느라 차에친 여인죽고 뺑소니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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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눈앞의 이득에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만큼 비정해질 수 있을까.
27일 새벽 4시10분쯤 서울영등포구문래동1가 영일시장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은 뺑소니차량에 치여 숨진 박미영(朴美英.32)씨의 손가방에서 날리는 지폐를 줍느라 뺑소니 차량을 놓치는 것은 물론 피해자를 방치해 끝내 숨진 사실이 밝혀 져 또다른 충격을 던졌다.
사고는 부근 영일시장에서「친절상회」라는 야채가게를 경영하는 朴씨가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새벽 남편 김성근(金成根.39)씨와 구로구 개봉동집을 나서 남편이 함께 타고온 1t트럭을 주차하러간 사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문래고가쪽에서 달려오 던 영업용택시에 치여 일어났다.
朴씨가 도매상에게 지급할 양배추 구매대금 2백30만원을 도시락가방에 넣어오다 차에치자 가방에서 지폐들이 쏟아졌다.주변에 있던 20여명의 시민들이 사고는 본체만체하고 날리는 돈을 줍느라 이리뛰고 저리뛰었다.
시장입구에서 포장마차를 하다 인근 역전파출소에 사고를 처음 신고한 박소길(朴昭吉.41)씨는『뺑소니차는 물론 차량색깔마저도봤다는 목격자가 단 한사람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朴씨는 엎드린 택시운전사들의 팔소매를 붙잡고 『도망간 차를 쫓아가보자』『사람부터 병원으로 옮겨달라』는 부탁해봤지만 돈줍는데 혈안이 된 시민들에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金鴻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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