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天地人이 창조한 2등급 와인의 개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호 29면

샤토 몽로즈는 보르도의 지롱드 강 하류에 위치한 생테스테프의 대표적인 2등급 와인이다. 이름처럼 장미꽃이 만발한 샤토의 모습이 아름다운 여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매우 남성적인 캐릭터를 지닌 와인이다.

와인 시음기-샤토 몽로즈

오늘은 1900년대 생테스테프 와인 중에서 최고의 와인으로 손꼽히는 ‘1990 샤토 몽로즈(Chateau Montrose)’를 소개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다섯 번 정도 시음해 보았는데, 매번 뛰어난 향과 맛으로 감동을 준 와인이다.

두 시간의 브리딩 후 시음에 들어가면 은은하게 향기가 피어오르는데 ‘참 예쁘다’. 블랙베리·카시스·플럼 등 전반적으로 리치한 블랙 과일 위주의 캐릭터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단단하면서도 달콤한 타닌과 그 뒤를 받쳐주는 산도가 뛰어난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 감미롭고 힘찬 느낌을 입 안 가득 선사한다. 아직 어리게 느껴지긴 하지만 2020년 정도가 되면 잘 녹아든 타닌이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좋은 빈티지의 테루아르(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天·地·人의 조건을 통칭)를 최대한 잘 이용해 와인을 만든다면 2등급 와인도 특별한 개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와인이다. 2등급 와인 중 전설로 불리는 ‘1982 샤토 레오빌 라스카즈(Chateau Leoville Las Cases)’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몽로즈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우 모던한 스타일로 필자가 시음한 것 중 강력히 추천하는 빈티지는 1961, 82, 89, 90, 2000, 2003이며 가격 대비 추천 빈티지는 1995, 96, 2001, 2002, 2004이다. 일반적으로 10년 정도의 숙성을 거치면 좋은 맛을 내는 와인이다.

몽로즈에 어울리는 마리아주는 레어로 조리해서 소금.후추로만 간을 한 안심 스테이크가 어떨까 싶다. 물론 마리아주는 개인적인 느낌과 입맛의 차이이므로 기본적인 틀과 상식을 깨는 것도 묘미다. 두툼한 스테이크에 묵직한 화이트 와인인 ‘몽하쉐’나 ‘코르통 샤를마뉴’를 매칭하거나, 참치요리에 오히려 산뜻한 피노 누아를 곁들인다면 더 좋은 식감을 살려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