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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귀한 손님, 대구(大口)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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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속 풀어줄 시원한 것 없나?”
지난밤 술과의 전투가 치열했나 보다.

“대구탕 드시러 가시죠. 이제 대구 철이 시작됐잖아요.”
몇 해 전부터 대구가 돌아온다고 한다. 대구는 북태평양에서 산란기를 맞아 11월부터 1월까지 회귀하는데, 경남 진해만이 유명한 산란장이다. 한때 대구가 거의 잡히지 않아 생대구 값이 40만원을 호가해 ‘금대구’란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서울 서교동 경남예식장 뒷골목에 있는 ‘춘자대구탕’(02-334-5787)의 생대구전골은 아주 시원하고 깔끔해 속 풀어주기에는 그만이다. 인공적으로 맛을 내지 않아 수수하면서 대구의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입이 크기 때문에 대구(大口)라고 하잖아. 날카로운 이빨이 여러 줄 늘어선 큰 입 속으로 들어온 것은 무엇이든 마구 삼켜버릴 정도로 먹성이 좋다고 해. 그래서 대구탕은 겨울철 보양요리라고도 하지.”

대구의 입이 크다는 것은 머리가 크다는 말이니 남쪽 지방에서는 대두어(大頭魚)라고도 한다. 대구는 욕심만큼이나 번식력도 왕성해서 암컷 한 마리가 최대 1000만 개의 알을 낳는다. 만약 그 알이 모두 치어로 살아남는다고 하면 온 바다가 대구로 꽉 차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획과 어획기술의 발달이 한때 저렴한 생선이었던 대구 값을 올려놓았다.

“50년 전만 해도 거제도나 가적도 앞바다에서 잡은 대구를 산더미처럼 실은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날이면 아무리 가난한 오두막살이 집에도 대구 한 토막은 돌아갔다고 하지. 대구는 탕으로 많이 먹지만 예전에는 회로도 먹고, 전도 부치고, 김치에도 넣었다고 해. 게다가 알은 알젓을 만들어 먹고 아가미와 창자로도 젓갈을 만들고, 수컷의 곤(이리)은 탕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지. 심지어 대구 껍질을 삶아서 가늘게 썰어 무쳐 대구껍질채를 만들기도 했다니 대구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야.”

“요즘에는 대구 머리로 ‘대구뽈탕’을 내잖아요. 그런데 서구에서도 대구는 중요한 식량원 가운데 하나였어요. 대서양의 대구는 산란기가 가까워지면 플랑크톤이 풍부한 북해나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의 해안으로 이동했는데, 19세기까지만 해도 엄청난 양으로 잡힌 대구를 절이거나 말려서 팔았다고 해요.”

스페인에는 염장 대구로 만든 ‘바칼라오(Bacalao)’라는 전통 요리가 있다. 소금에 절인 대구를 하룻밤 물에 담가놓으면 생선 조직이 살아나는데 이를 토마토 소스나 마늘 소스로 요리하면 생대구와는 다른 독특한 바다 생선의 맛을 볼 수 있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들이 스페인 바스크 어부들이라는 말도 있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바스크인들은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엄청난 대구 떼를 발견했지. 17세기에 들어와서 신대륙 이주자들은 대구를 잡아 바스크 지역에 팔고 오렌지·포도주·철강제품을 사오는 무역을 했어. 당시 대구의 최대 집산지였던 보스턴이 지금처럼 번영할 수 있었던 것도 대구 무역 덕분이라고들 해.”

오늘날은 먼 바다에서 대구를 잡는 즉시 냉동을 해버리기 때문에 장거리 수송과 보관이 용이해졌다. 그 덕에 우리의 식탁에서 아쉬우나마 대구탕의 시원한 맛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래전 대구잡이 배들로 흥청거리는 항구의 떠들썩함과 술 한잔에 불그스레한 얼굴로 대구 몇 마리 새끼줄에 꿰어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비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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