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민물' 두산중공업 기술 STX로 빼돌린 사장·임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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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이제영 부장검사)는 9일 두산중공업에서 일할 때 취득한 담수화.발전플랜트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STX중공업 산업플랜트부문 사장 구성모(61)씨와 상무 김철호(54)씨를 구속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초기 개발비를 포함해 이들이 빼돌린 기술정보는 약 1조70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 사장은 올 4월 퇴사하면서 담수 관련 핵심 영업비밀인 다단증발법(MSF).다중효용증발법(MED) 설계 프로그램 등 184건의 자료를 갖고 나온 혐의다.

구 사장은 이들 자료를 새 직장인 STX중공업의 업무용 컴퓨터와 USB메모리에 저장, 사용토록 했다. 구 사장은 2005년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장을 끝으로 현업에서 물러난 뒤 올 4월까지 고문을 지냈다.

김 상무는 두산중공업 재직 때 비밀파일 173개가 든 USB메모리를 갖고 있다가 이를 반환하지 않고 STX중공업으로 이직해 업무용 컴퓨터로 옮긴 혐의다.

또 두산중공업 직원을 통해 대형 프로젝트 입찰검토서 등 262개의 핵심 영업비밀 자료를 빼낸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두산중공업에서 중동.유럽 담수발전 수주 담당 임원을 지냈다.

담수.발전 플랜트 사업 후발 주자인 STX중공업은 올해 6~8월 구 사장과 김 상무를 고액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사장과 김 상무가 두산중공업에서 빼낸 자료를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지역 담수 사업인 '라빅프로젝트'(2조원 규모), 인도네시아 발전 사업인 '빈탄프로젝트'(1500억원 규모) 같은 대형 사업에 참여할 계획을 추진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구 사장이 반납한 노트북을 정리하면서 핵심 자료를 유출한 흔적을 발견하고 8월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두 사람 외에 두산중공업에서 옮겨온 다른 STX중공업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기술 유출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대형 프로젝트 입찰 준비 문서를 확인해 보니 두산중공업 자료에 있던 주요 데이터는 물론 일부 잘못된 표기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해수담수화 플랜트=바닷물에 녹아 있는 염분을 제거해 식수 또는 농업.공업용수로 바꾸는 대규모 설비다. 바닷물을 섭씨 60도 정도로 끓여 증발시키는 다단계 증발 방식, 필터를 이용한 역삼투압 방식 등이 있다.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다단계 증발 방식보다 역삼투압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두산중공업이 2004년 완공한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담수화 플랜트는 축구장 10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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