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화해무드-옐친,김일성死後 관계개선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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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韓國)과 舊소련 수교후 냉각상태에 있던 北-러시아관계가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며 과거의 우호관계를 회복해 가고 있다.
北-러 관계개선은 북한(北韓)이 핵문제로 벼랑외교를 하며 최근 중국(中國)과 정전위 철수와 식량.석유공급을 늘려받기로 하는등 우호를 회복한데 이은 것이다.
북한은 한국이 소련(91년)에 이어 중국(92년)과 수교한 뒤 심각한 외교적 고립에 빠졌었다.
러시아는 북한에 사회주의 나라간의 물물교환식 무역을 중단하고,30억루블에 달하는 채무 상환을 독촉하면서 각종 경제지원을 중단했다.
이 바람에 북한은 물자를 구하려 더욱 중국에 의존하게 됐고,과거 소련이 건설해준 공장들은 가동이 중단됐다.
옐친 대통령은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도록 국제압력을 넣는데동조하고,군사동맹관계를 사실상 무효화했으며 벌목공의 한국 귀순을 방조하고,이들에 대한 인권보장을 협정에 명기토록 했다.
더군다나 김일성(金日成)의 과거를 밝히는데 앞장서 최근에는 6.25관련 자료를 한국에 넘겨 남침 사실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은 김일성이 죽은 직후와 정권수립일에 김정일(金正日)에게『양국간의 관계발전이 두 나라 이익에 부합되며 조선반도의 안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된다』고 강조하는 전문을 보낸데 이어 최근에는 주한(駐韓)대사를 역임한 파노프 외무차관을 평양에 특사로 보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관계 개선과 교류를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모스크바 방송은 3일간 북한에 머문 파노프차관이 북한과 쌍방관계를 다각적으로 논의해『양국간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교류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北-러는 또 양국간 교역의 급감을 우려하고 10월 평양에서 열릴 北-러 경제.무역협력회의에서 이를 시정할 방안을 모색키로합의했다.
이번 파노프방문으로 두 나라는 또 이중과세방지협정.투자보호조약등 수정돼야 할 양국간 협정의 목록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러시아는 북한에 러시아형 경수로지원을 비롯한 북한핵문제해결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전달했으며 북한도 이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심도있게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는 지난 61년 체결된 北-러 우호협조및상호원조조약의 수정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파노프는 말했다.
옐친대통령은 지난6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때이 조약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사문화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었다.
北-러는 또 이번에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들에 관한 법률적인 문제에 합의했다.
파노프 방문에 앞서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8개국회의를 요구하며 미국의 독단을 경계했고 지난달에는 나진(羅津)-선봉(先鋒)경제특구가 설치된 뒤 외국으로는 처음으로 투자해「朝-러 상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평양에선 양국 대외(對外)경제분야 간부들이 쌍방 경협(經協)문제를 집중 논의,▲가까운 시일내 무역 및 경협 활성화▲공업.에너지분야 협력▲舊소련 지원으로 건설된 공장들의 재가동 문제등을 협의할「공동위원회」를 오는 10월말 열기 로 했다.
이와함께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정당인 자유민주당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공산주의노동자당도 북한 노동당과의 연대를 강조하는등 러시아내 다당제 실시에 맞춰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러시아의 대북(對北)접근은 단기적으로 경수로형 선정에서 경제적인 실리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남북한에 등거리외교를 펼쳐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韓-러는 수교후 3년동안 경협자금 상환문제,KAL기 블랙박스반환문제,동해 핵투기문제,오호츠크해 조업문제등 수많은 갈등을 겪어왔다.러시아형 경수로가 위험하다고 험담을 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이같은 틈새와 경수로 문제를 이용,자신들의 외교적인입지를 넓히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하고 있는지 모른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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