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근의대선표심읽기] 이회창 '순혈 지지층'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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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판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10월 말 13.7%로 시작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지금 25%를 넘나들고 있다. 빠른 결집속도다. 단기필마 출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연 어디서 그런 추동력이 나오는 것일까. 내일신문-디오피니언의 최근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이 조사는 "지지 후보가 누구냐"를 이 후보를 제외한 경우와 포함시킨 경우 두 가지로 묻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이회창으로 지지를 바꾼 이동층과 이명박 계속 지지층(잔류층)을 비교해 봤다.

이명박에서 이회창으로 지지를 옮겨간 이동층의 한나라당 지지도(92.5%)가 잔류층(81.3%)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정권 교체 희망도 이동층(91.7%)이 잔류층(85.7%)보다 높고, 이명박 후보가 완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스페어) 후보론에 대한 동의는 91.7%로 잔류층(23.3%)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지층 내에 '한 지붕 두 가족'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이동층이 잔류층보다 더 순혈(純血)이다. 결국 이명박→이회창 이동층은 더 순혈의 후보를 원했고, 그래서 불러낸 것이 이회창 후보다.

이들 이동층은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의 각개 약진 시에도 69.2%가 범여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7일 실시된 중앙일보 조사 결과에서도 이-이 양 후보의 지지율 합은 한나라당 경선 전의 이명박-박근혜 지지율 합계처럼 여전히 60%대를 넘고 있다. 범여 제1주자인 정동영 후보(11.1%)는 여기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이가 이처럼 높은 지지율을 사이좋게 나누더라도 범여 후보에게 질 수 없는 게임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싸워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동층은 BBK 의혹 등으로 인한 이명박 후보의 낙마 가능성(45%)도 잔류층(12.8%)보다 높게 점치고 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 순혈 지지층의 불안감이 반영됐고, 수사 파장이 미풍이냐 강풍이냐에 따라 지지율이 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명박→이회창으로의 이동층 70.3%는 경선 전 박근혜 전 대표 지지표이며, 이동층 중 69.7%는 박 전 대표가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박 전 대표가 중립을 지킬 것(36.5%)이란 전망과 이회창 후보 손을 들어 줄 것(31.1%)이란 전망이 만만찮게 충돌하고 있다.

박 전 대표 향배와 BBK야말로 전체 대선 판도는 물론 이-이 양자 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임이 분명해졌다. 특히 김경준씨 귀국 직후인 앞으로 7~10일 사이의 지지율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안부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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