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이론派 서쪽 실리派-도쿄.오사카중심 일본인 독서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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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론의 도쿄(東京),실리(實利)의 오사카(大阪)」-.
일본내 경제서적 베스트셀러의 동서간 성격차가 두드러져 관심을모으고 있다.
도쿄에서는 거시경제.이론서적이 잘 팔리는 반면 오사카에서는 미시경제.실용서적이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다.
형식과 이상을 존중하는 도쿄인과 실리를 추구하는 오사카인 사이의 의식차가 독서경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동서간 독서경향의 차이는 비즈니스서적 전문서점인 도쿄 야에수(八重洲)북센터와 오사카 아사히야(旭屋)서점의 8월중 베스트셀러집계에서 잘 나타난다.예컨대 금융업자의 채무징수 실태와 법률적 설명을 곁들인『나니와(難波)금융가-돈과 비정( 非情)의 법률강좌』(講談社간)의 경우 아사히야에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지만 야에수에선 베스트셀러 근처에도 못갔다.
『나니와 금융가…』가 오사카인의 끈질긴 비즈니스기질에는 딱 맞아떨어지만 도쿄인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야자와 에이치(谷澤永一)간사이(關西)대학명예교수는『아사히야의 베스트셀러에는 오사카인의 세속적인 호기심이 물씬 배어 있다』면서『마치 즉석라면처럼 읽으면 바로 만족시켜주는 책을 오사카인이 좋아하는 점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당장 도 움이 안되는 이론서에는 돈을 쓰지 않겠다는 기질이라는 것이다.
반면 야에수의 베스트셀러 1위는『세상은 自尊好緣』(일본경제신문사 간)으로 아사히야에선 9위에 머물렀다.
저명한 평론가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가 쓴 이 책은 직업의 인연을 대신한 새로운 인연 형성의 제언 등「만족화 사회」의구축방법을 다룬 경제에세이로 이상주의를 지향하는 도쿄인의 구미에 맞는다는 평이다.
출판평론가인 다나베 사토루(田邊聰)씨는『도쿄인들은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운 책들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서『「경제백서」가 잘 팔려 나가는 것 자체가 도쿄인 독서경향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고 말했다.
이같은 동서간 베스트셀러 차이는 양지역 사람들의 조직관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있다.
구사카 기미히토(日下公人)소프트경제센터이사장은『도쿄와 오사카의 독서경향 차이는 곧 샐러리맨과 비즈니스맨의 차이』라면서『도쿄인이 조직을 위해 독서를 한다면 오사카인은 자신을 위해 독서를 하는 색채가 짙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입사해도 언젠가는 독립하겠다는 기질이 강한 오사카인은 거시적 현상 및 수치보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미시적인 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東京=吳榮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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