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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스포츠>축구경기장의 훌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훌리건」이란 말이 신문의 스포츠면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일까.훌리건이란 경기장서 폭도로 변신한 광적인 축구팬들을말한다. 요즘에는 영국이 훌리건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그 기원은지난 1964년 페루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64년5월25일 페루 리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월드컵예선전 경기.5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페루국가대표팀은 아르헨티나팀에 6-1로 크게 밀리고 있었다.
광적인 팬들의 응원 열기는 실망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다시 증오의 독기로 모락 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이 순간 페루팀이 1점을 만회,마지막 자존심을 건져주는듯 했다.
그러나 주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페루선수가 거친 플레이를했다며 파울을 선언,골을 무효화한 것이다.
팬들의 증오심에 불을 댕긴 것이다.두명의 관중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주심에게 달려들면서 경기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지만 광기의 난동은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스탠드에서 불을 질렀고 당황한 관중들은 출구로 우르르몰려나갔다.상당수가 막힌 출구로 나가다 밟혀 죽거나 질식사 했다.사망자 3백18명,부상자 5백명이상의 대참사였다.
이로부터 21년후인 85년5월29일 브뤼셀에서 열린 영국 리버풀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팀과의 유럽컵 결승전.
광적인 리버풀 팬들은 브뤼셀로 원정가 대부분 만취한채 경기를관전하다 이탈리아에서 원정온 유벤투스 팬들을 공격했다.
이탈이아 팬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다 스탠드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39명이 깔려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다.4년뒤 리버풀 팬들은 경기장서 또 난동을 벌여 49명이 죽는 참사를 유발했다. 〈閔國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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