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이상현상-전문가들 단기적 진단속 거품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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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제학 교과서나 종래의 금융상식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최근 국내에서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금리와 주가가함께 뛰는가 하면 무역적자는 늘어나는데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평가절상되고 있다.
◇주가와 금리는 동행하는가=이론상 주가는 실세금리와 역(逆)의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와 주가가 동반상승하고 있다.지난 8월말연 13.55%이던 금리(회사채수익률기준)가 22일 현재 13.80%로 올라섰는데,그동안 종합주가지수는 9백44.23에서 1000선을 뚫은후 1030선도 넘어서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김세진(金世振)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을 『경기확장과 자본시장개방이 맞물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환율과 무역수지는 「안녕」인가=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무역적자가 생기면 우리돈의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높아지는 것이 상식이다.그러나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무역수지는 16억9천만달러적자였는데 원화의 대미(對美)달러환율(매매기준율 )은 지난 17일 달러당 8백원선을 깨고 7백99원대로 내려섰다.
이런 현상은 수출입에서는 적자를 보지만 은행이나 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직접 조달해오는 차관이나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용 달러가 무역적자보다도 많아 종합수지는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
◇자금수요가 늘어도 콜거래는 줄어드나=금리도 오르고 자금수요도 늘어나는데 콜시장은 거꾸로 위축되고 있다.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콜시장에서 거래된 자금은 총 5백43조3천2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백39조9천8백8억원)보다 15 .1% 줄어들었다.여기에는 기본적으론 앞으로 자금사정을 불안하게 보는 은행들이 콜자금을 줄여내고 있는데다 콜시장 내에서도 은행과 2금융권이 서로 거래하지않는 절름발이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문제점과 대책=전문가들은 이런 현상들을 일단 단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과거 우리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해쳤던 이른바 「거품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경계경보로도 보고 있다.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안정기조를 다져가면서 정책의 불 확실성을 줄여주고,특히 금융시장에 깔려있는 불안감의 수위를 낮춰 금리 오름세를 가라앉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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