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스타분석>차세대 미스터 삼성 양준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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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삐뚜름히 쓴 모자,어기적 어기적 걷는 걸음,천진난만한 표정,몸을 잔뜩 구부린채 어딘가 엉성하기만 한 타격자세.
깔끔하고 빈틈없다는 삼성의 팀이미지와는 한참 거리가 먼데도 양준혁(梁埈赫)은 이만수(李萬洙)-김성래(金聲來)를 잇는 차세대 미스터 삼성으로 꼽힌다.그의「파격」이 오히려 팬들을 끄는 매력이 되고 있는데다 1m88㎝,86㎏의 우람한 체 격에서 나오는 시원스런 장타가 대포군단이라는 팀컬러와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엉성해 보이는 타격자세는 힘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오픈스탠스 때문이고 구부정한 몸은 체격이 큰 그가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다 굳어진 자세라는 것을 아는 팬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올해 양준혁은 마음이 편치 않다.팀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사실상 실패해 버렸고 개인 타격마저 시원치 않기 때문.
지난해 0.341의 고공(高空)타격은 겨우 3할을 들락날락하고있고 시즌초반 부풀었던 홈런왕 꿈도 깨진지 오래 다.
그래서 그는 남은 한가지 희망인 타점왕 자리를 더욱 포기할 수 없다.「2년생 징크스」운운하는 주위 눈총을 떨쳐 버리고 싶어서 뿐만 아니다.각종 개인상을 휩쓸다시피 하던 팀이 올해는 자신이 아니면 자칫 개인상 하나없는 비참한 처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긴장감이 몸에 힘이 들어가게 해 최근 오히려 난조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난14일 한화전에서 프로입문후 처음으로 한게임에 홈런 2개를 치면서 단번에 3타점을 추가,「마지막 희망」에더욱 다가갔다.이어 16일에는 3점홈런등으로 5 타점을 올려 86점을 마크,타점왕을 사실상 굳혔다.
양준혁의 팀 사랑은 각별하다.92년 신인지명에서 쌍방울과 OB가 억대를 제시하며 손짓했지만「오로지 고향팀에서 뛰고 싶어」계약을 포기하고 입대를 선택,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이같은 그의 팀 사랑이 올 가을 알찬 결실로 무르익고 있다 .
〈李炫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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