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出所땐 영웅될까 김빼기-박철언씨 석방배경과 정치권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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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슬롯머신 사건과 관련,징역 1년6월을 확정받고 복역중이던 박철언(朴哲彦.52)前의원이 만기출소일을 두달가량 남겨놓고 16일 석방됨으로써 석방배경과 향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측은 朴씨가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 것은 그가 형량의85%이상을 복역한데다 행형성적이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그러나 만기출소를 불과 두달여 남겨놓은 상태여서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의 갑작스런 석방 배경에는 나름대로 정부.여당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그가 슬럿머신사건관계자중 유일하게 구속상태로 남아만기출소할 경우 자칫「표적수사」의 좌절을 딛고 일어선 영웅으로부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한.여권의 한 인사는 5共비리 수사로 구속됐다 형기를 꽉 채우 고 출소한 장세동(張世東)前안기부장을 그 예로 들고 있다.때문에 朴씨를 미리풀어줌으로써 사전에 김을 빼는(?)조치라는 분석이다.
○…朴씨가 가석방이후 활발히 활동할 것이라는데는 정치권의 전망이 일치한다.특히 8.2보선에서 부인 현경자(玄慶子)의원이 당선된 것은 그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그는 이같은 기회를 활용해 우선 신민당내부에서의 발언권 강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이 8.2보선에서 민자당에 패배를 안긴 정서를 고정화시키고 확대시키는 일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당연히 이 과 정에서 일부舊여권세력과의 연계를 모색할 것이다 국회의장과 의원직을 사퇴한뒤 절치부심하는 박준규(朴浚圭)씨등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접촉대상이다.그러나 그가 정치권의 변수로까지 재부상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부정적이다.민주당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독립운동을 하고 나오냐』 고 반문했다.
서청원(徐淸源)정무장관은『법적요건이 갖춰져 풀어준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상당수의 5~6共인사들도 朴씨가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의 측근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을 들고있다.舊여권의 호응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金佑錫.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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