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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성장명암>下.졸부 씀씀이 귀족생활 버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광저우(廣州)市 五羊新村 外商活動中心의 오후6시.
중국수도인 베이징(北京)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벤츠.BMW.캐딜락.렉서스등 고급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사우나를 즐기고 있는 廣州 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이다.
外商活動中心 사우나에 들어가면 대형 욕조에다 핀란드식 사우나.스팀욕.안마실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세금을 포함한 입장료는 웬만한 근로자의 한달 월급(약3백50元)에 육박하는 2백80元(2만8천원)이나 된 다.여기에 늘씬하게 빠진 젊은 여성들의 1시간짜리 안마를 받는데 7백元(7만원),간단한 음료를 한잔 마시면 50~1백元이 가산돼 사우나 한번에 1천1백元(11만원)이 후딱 들어간다.
본래 외국인전용으로 만든 위락시설이지만 이곳을 찾는 고객의 대다수는 중국인,그중에서도 따콴(大款.거부)들이라는 설명이다.
廣州市 유명호텔들이 몰려있는 環市東路의 國際大厦(호텔)2층 중국요리집의 7시30분.
아무리 간단하게 먹어도 최소한 1인당 4백元(4만원)이 든다는 이 식당의 單間(별실)은 이미 만원이다.
다른 손님의 양해를 구한 다음 별실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중국의 해산물보고(寶庫)라는 廣州답게 龍鰕(바닷가재)에서부터 각양각색의 대합류,자라.거북이요리,제비집등 전통적인 광둥(廣東)요리가 연달아 옆테이블로 올라간다.
가격표대로라면 4명이 저녁 한끼를 먹는데 최소한 4천2백元(42만원)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저녁이 끝난뒤 五羊新村의 公主가라오케 9시30분.
휘황한 네온사인이 깜빡거리는 公主가라오케는 건물 2층 전체를터 별실과 댄스홀.가라오케실등을 갖추었다.
3~4인용 별실은 최소한 8백元(8만원)이상의 매상을 올려야하고,7~8인용은 1천2백元(12만원),10인 이상이 들어가는대형룸은 1천5백元이 기본이다.술집지배인은 중국정부가 올들어「3陪금지시책」(술집 여종업원이 손님과 술을 같 이 마시고(陪酒),춤을 같이 추며(陪舞),자리를 함께 하는 것(陪座)을 금지하는 시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손님이 떨어졌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한 별실에서 2명의 남자가 젊은 여성 3명과 함께 프랑스산 마르텔XO를 병채로 시켜놓고 노래를 부른다.
한병에 1천3백元(13만원)인 술에다 과일.마른안주.미네랄 워터와 콜라등 간단한 음료를 주문할 경우 계산은 2천8백~3천元정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 35개 도시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천3백37元(23만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 갑부들의 씀씀이가 얼마나 통큰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적으로 드러나는「합법적」인 야간활동일 뿐이다.
廣州에서 수천만元(수십억원)대의 재산이면 중상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올해 37세의 리차오(李超.가명.스포츠용품제조업)씨 부부가 털어놓은 부자들의 생활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 부자들은 주말이면 주로 홍콩이나 마카오로 나가지요.비행기로 30분,기차로 3시간거리여서 기왕이면 기분좋게 놀만한 곳을 찾는 것 아니겠어요.』마카오에선 도박을,홍콩에선 술과 여자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大款들은 마약을 상습복용하고 1~2명의「小蜜」(情婦)은 보통이라는 것.
웬만한 부자치고 廣州근교에 별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자녀들은 입학시 15만元(1천5백만원)을 보증금으로 냈다가 졸업때 되돌려받는 영재(英才)학교에 다닌다.
廣州에 이처럼「暴發戶」(졸부)가 많은 것은 대외개방이 가장 먼저 됐기 때문이다.
『北京에 가서 권세자랑 하지 말고 廣州에서 돈자랑 하지 말라』거나『돈 있을 때 친구이지 돈이 없으면 더 이상 친구가 아니다』는 廣州人들의 유행어는 중국사회에 지역간.계층간 분화현상이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廣州=文日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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