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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앞둔 官街 감찰반원 총출동-민원인들 가방 모두 검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추석을 앞두고 관가에 때아닌 「사정한파」가 닥쳤다.
공직사회에서 선물.금품 주고받기를 근절토록 지시가 내려진데다인천 북구청직원들의 비리사건까지 터지면서 사정기관의 감시.단속활동이 더욱 강화돼 요즘 과천종합청사를 비롯한 관청주변은 마치살얼음판의 분위기다.
청와대.총리실.감사원 3개기관서 나온 감찰요원들은 곳곳에서 감시의 눈을 번뜩이며 공무원은 물론 민간 출입자의 소지품까지 불시검색하는 단속활동을 펴 진풍경이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지나친 인권유린이 아니냐는 항변까지 나오고 있다 .
일부 부처에서는 아예 산하기관에 대해 특별한 공무(公務)가 없는 한 청사에 들어오지 말라고 요청할 정도다.
○…각 부처 직원들의「증언」에 따르면 이들 감찰반원들은 청사방문자(민원)안내실에서 눈에 잘 안띄게 있다가「이상한」봉투나 가방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멀찌감치서 뒤따라가 어느 사무실로 들어가는지 알아본다는 것이다.이따금 뒤따라 들어가서 민원인이 공무원과 만나 업무를 보기 위해 봉투나 가방을 열 때 옆에서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이들 감찰반원은 2인 1개조가 시간대를 정해 놓고 각 청사의동,층별로 집중 감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며칠전 모 부처 어느 과 사무실에서는 갑자기 들어선 감찰반원이 감사원 직원 신분증을 제시한 뒤 일을 보기 위해찾아온 민원인들의 가방은 물론 호주머니안에 들어있는 물건까지 일일이 훑어보았는데 민원인들은 몹시 당황해하면서 이에 응했다는것이다. 심지어 어느 과장의 경우 국장 지시로 관련 자료를 갖고 국장 방으로 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나타난 두명의 감찰반원이 양쪽 어깨를 잡고 비상구쪽으로 가자고 하더니『봉투 좀 봅시다』라고 해서 보여준 일도 있었다고 한다.
○…모부처 과장은 지난 9일 친구가 찾아와 점심을 같이 한 뒤 친구 차를 타고 청사로 돌아오던 중 경비실 입구에서 사정기관에서 나온 두 사람으로부터 호주머니까지 수색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그는『친구와 같이 식사한 뒤 오는 길』이 라고 설명했는데도 감찰반원이『좀 보자』면서 일일이 살펴 보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과천 종합청사를 마치 전국 최고의 우범지대처럼 여기고 단속활동을 벌이는 것같다』며『공무원이 같은 공무원을 믿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받겠느냐』고 한숨을 지었다.
한편 모 부처의 감사담당관은『이미 과천 청사에서 수명의 직원이 적발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추석선물 안주고 안받기운동을 총괄 지휘감독하는 입장이어서 일체의 선물 반입을 면회실에서 철저히 통제,하루에도몇번씩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무슨 보따리라도 들고오면 아예 면회실에서 통과되지 않는다.친구에게 가져온 포도 몇송이,그야말로 인사치레에 불과한 10달러(8천원 상당)짜리 선물도 퇴짜다.
박관용(朴寬用)실장의 허리치료약도 면회실에서 차단당해 옥신각신 끝에 민정비서실 직원의 입회하에 꾸러미를 풀어 확인한 후 간신히 반입됐으며 외국대사관 두곳에서 보내온 키위 한상자.양주한병도 사정을 설명후 돌려보냈다.주돈식(朱燉植) 대변인은 외국대사관의 관례마저 무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예외를 두면 원칙이 무너진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모 대학 동창회에서 기념시계를 10개 가져왔다 반려되는가 하면 비서관으로 근무하는 국민학교 동창에게 농산물을 한상자 가져왔 다 만나지도 못한채 그냥가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정치1부.경제부.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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