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휘날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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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원빈 이라는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하고 우리나라 영화사상 엄청난 물량을 퍼부어 만들어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꽃미남 딱지를 떼어내도 될만큼 성숙한 배우들의 연기와 눈을 질끈 감아버릴 만큼 생생한 전쟁의 혹독한 모습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저미게 합니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 싸웠던 전쟁이며, 과연 무엇을 위해서 생명을 내던졌던 전쟁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데올로기와 사상을 앞세워도 영화에서처럼 정혼녀가 총탄에 쓰러지고, 애아버지가 아들을 만나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상황은 충분히 설명되고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1951년 오늘(2월10일) 거창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이 아군에 의해 학살 당하고 맙니다. 거창군 홈페이지(http://www.geochang.go.kr/)에 의하면 2월 9일부터 11일까지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의하면 9일 덕산리에서 주민 84명, 10일 대현리에서 100명, 11일 과정리에서 517명이 학살을 당했습니다. 전쟁과 상관없는 민간인들의 죽음. 이들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전쟁의 특수한 상황이 그러하듯 그자리에서 총을 쏜 이미 망신창이가 된 군인들에게만 책임을 지울수도 없을 것입니다.

1953년 오늘(2월10일) 미국의 브리지스 상원의장은 한국전에서 원자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합니다. 만약, 이러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면 일본과 더불어 핵무기의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엄청난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현재도 북한은 '핵'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위험한 행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핵시설을 파괴해 우리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북한에게 질질 끌려다닐지라도 전쟁을 막아햐 한다는 주장도 모두 이해가 갑니다. 그러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이겠지요.

전쟁은 영화에서 그려내는 것 이상으로 잔인하고 큰 상처를 주는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일것입니다. 영화의 소재가 없으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전쟁영화를 사실적으로 못만들면 어떻습니까? 그보다도 행복하게 살수있는 나라가 될수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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