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2011년 대입 전면 폐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5일 경기도 시흥 한국산업기술대를 방문해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밀려 지지율 3위로 내려앉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5일 새로운 교육공약을 내놓았다.

정 후보는 5일 경기도 시흥 한국산업기술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3이 되는 2011년에 대학입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한국에서 교육 파행의 모든 문제는 대학입시 때문"이라며 "대학입시를 폐지하고 수능시험을 고교졸업 자격시험으로 전환해 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연중 2회 이상, 한 번에 3개 대학 이상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대학은 내실화된 학교생활부에 기록된 학업 성적, 개성과 특기, 봉사활동, 리더십 등 다양한 요소를 판단해 신입생을 선발토록 할 것"이라며 "미국.유럽 등 세계 대부분의 명문대는 학교별 시험이 없다. 학교생활부(내신) 중심의 선발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설명했다. 자격시험인 수능은 공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는지를 판단하는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해 사교육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논술 등 본고사 부활 논란이 일고 있는 대학별 입시도 금지하도록 했다.

정 후보는 특히 "밤 12시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현재의 교육 환경으로는 참된 인재 양성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며 "초.중.고생이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학교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 후보 측은 장기적으로 대학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비판해 왔다. 이 후보의 공약이 '본고사 부활→사교육비 증가→교육 양극화'의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정 후보 측은 이번 공약 발표로 이 후보와 '입시 폐지 대(對) 본고사 부활'의 구도를 형성해 유권자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정 후보는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미래전략 교육회의' 설치 ▶2009년 교육 투자 및 내신 내실화 작업 개시 ▶2011년 수능 폐지 및 대입자격시험 도입 ▶2012년 새 진학제도 적용(현 중학교 2학년생부터) 등의 연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입시전형을 내신만으로 결정한다는 정 후보의 공약은 찬반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동국대 박부권(교육학과) 교수는 "입시 폐지 공약은 대학에게 눈 감고 무작위로 신입생을 선발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험생 100명 중 80~90명이 대학에 가는 현실에서 수능은 내신을 보완해 주는 역할이 있다"며 "수능의 역할을 이렇게 무력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의 김정명신 공동회장은 "수능이 자격고사로 바뀌면 사교육비 경감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입시 과열 경쟁을 없애려면 대학 서열화 체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 후보는 이날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 후보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해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은행장 친구가 금산분리를 해제하면 큰일난다고 하더라.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