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웃과 함께하는 추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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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석 대목이면 으레 체임(滯賃)은 늘고,빚에 몰린 중소기업사장이 자살하는 가슴아픈 일이 반복된다.경제가 호황(好況)이고 증권 시세가 날로 치솟지만 밀린 임금은 작년보다도 10%나 더늘었다.70노인이 90노모(老母)를 봉양할 길 없어 살해할 수밖에 없는 각박한 풍토에서 불우이웃을 돕고 찾아보자는 소리가 해마다 시끌벅적 하지만 막상 고아원.양로원엔 찬 바람만 돈다.
그러나 성묘(省墓)길은 추석 몇주일전부터 붐비고,겹치는 연휴(連休)를 외국에서 보내려는 유람객으로 공항 국제선은 때아닌 혼잡을 맞게 될 것이다.2천몇백만이 움직이는 교통난리를 조금이나마 완화해보자고 고속도로에 버스전용차선을 만들어 시범운행을 했건만 고속버스 매표율은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왜 이렇게 되고 있는가.이웃이 곧 나라는 공동체의식이 없기 때문이다.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공생(共生)관계지만 밀린 공사대금을 주지 않으니 빚에 몰린 작은 기업체 사장이 죽음을 선택한다.서로가 공생의 이웃이라는 연대개념이 없기 때 문에 생겨나는 불행이다.
70노인이 90노모의 생활을 도저히 책임질 수 없건만 젊은 자녀들은 늙은부모 모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늙은부모와 젊은자식이 공존하는 가족제도의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지만 합리적 공존방식이 없다.삶의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돌아볼 형 편이 되면 앞장서서 동네 주변의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는게 자율적 시민사회의 미덕(美德)이건만,비행기 타고 먼 여행길에 오르는게 형편좋은 사람들의 요즘 추석풍습이다.서로가 편하기 위해 자신의 작은불편을 참는게 민주사회의 공동체적 생 활방식이지만,고속버스를 이용하기 보다는 내차에 내자식 태우고 나혼자 편히 가겠다는 생각만 한다.이러니 고속버스 차표가 팔리지 않는 것이다.
나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나를 둘러싼 이웃을 생각할 때다.그 이웃이 남이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서로가 함께 살고,서로가 돕지 않으면 그 폐해와 그 잘못이 모두 나에게로 넘어 온다.나의 이웃이 바로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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