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30> “협상에서 일방적인 승리란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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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20면

잭 웰치(72·오른쪽)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양키스 구단에 무슨 일이 있나요? 구단이 조 토레 같은 명감독에게 형편없는 계약안을 내놓을 수 있나요? 그는 1996년 이후 양키스를 이끌며 월드시리즈 네 차례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스티브 맥밀런)

양키스 구단과 감독의 싸움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우리 부부는 양키스 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구단은 수많은 열성적인 팬과 안티 팬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상징이라고 할 만합니다.

토레는 지난 10여 년 동안 양키스를 이끌며 월드시리즈에서 네 차례나 우승했습니다. 불행히도 2000년 이후에는 우승한 적이 없습니다. 구단주인 조지 슈타인브레너는 토레 감독과 재계약할지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토레의 명성과 공헌에 걸맞지 않은 500만 달러 연봉안을 제시했습니다. 사실상 ‘그만두고 떠나시오!’라는 의미지요. 지난해 연봉은 약 2000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토레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팀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단주가 바라던 대로 됐다고 봐야겠지요.

구단주는 양키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할 때 “토레 당신은 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양키스)에 남아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큰 경기를 앞두고 구단주가 할 말은 아닙니다.

토레가 스타 감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현재 어떤 감독도 포스트시즌 12회 연속 진출과 월드시리즈 4회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인간미도 좋습니다. 높은 윤리의식과 따뜻한 마음씨 등은 명성과 걸맞습니다. 이런 그에게 양키스 구단이 형편없는 연봉안으로 모욕을 줬다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주 합리적인 연봉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미 프로야구 감독시장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만합니다. 기본 연봉으로 50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은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디비전(지역)과 리그 챔피언, 월드시리즈로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이길 때마다 100만 달러를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조건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토레가 내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연봉 8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습니다. 다른 감독보다 높습니다. 500만 달러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양키스 구단주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물론 당신은 노력과 능력보다는 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포스트시즌(단기전) 결과를 근거로 보너스를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500만 달러가 토레에게 모욕적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연봉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며 냉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
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진행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연봉 협상이 스포츠 시장 논리대로 이뤄지지 않고 뜨거운 여론 플레이가 됐습니다.

협상이 공개되면 합리성은 사라지고 감정에 휘둘립니다. 협상은 바람직한 과정을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사활을 건 검투사 시합이 됩니다. 그 결과 윈-윈이 아니라 한쪽은 승리하고 다른 한쪽은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흔합니다. 임금과 단체협상에서 특히 많이 일어납니다. 양쪽 모두 미디어를 중간에 두고 목소리를 키우기 일쑤입니다. 기업 인수합병(M&A) 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기업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이는 게 M&A 협상입니다. 어느 한쪽이 승자라고 주장하는 M&A는 뭔가 잘못된 짝짓기입니다.

요점은 간단합니다. 협상과 거래 당사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비이성적이고 불행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토레 감독 건도 이와 비슷합니다. 우리 부부는 토레 감독의 업적과 능력, 인간미를 존경합니다만 세상의 관심 때문에 합리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 듯합니다. 자존심과 자부심에 휘둘린 셈이지요. 물론 구단 쪽이 언론플레이로 토레의 자존심을 먼저 자극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토레 감독이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양키스는 위대한 감독 하나를 잃었습니다. 토레는 명문구단 양키스 감독이라는 일자리를 놓쳤습니다. 비즈니스 리더는 구단과 토레 감독이 벌인 이번 게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무엇일까요?

‘협상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면 때로 당신이 손해 보는 듯하지만, 나중에는 조용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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