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했던 지수 떨구기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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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평온하던 주식시장이 느닷없는 공권력 투입으로 쑥대밭이 됐다.
우선주 폭락사태에 대해『그것은 시장의 자율기능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재무부의「자율證市」방침을 굳게 믿고 종합주가지수1천포인트 시대를 맞이하러 9일 객장에 나선 주식투자자들은 어처구니 없는「복종」을 강요당했다.
證安기금과 投信을 동원한 무차별 폭격으로 대형우량주들이 하나같이 곤두박질치는 장면을 목격해야 했던 것.공권력 투입을 위한사전전략은 주도면밀했다.
하루전날 증권감독원을 통해 증권사직원들로부터 서약서를 받아두는가하면 그러고도 미덥지 못했던지 證安기금측은 증권사마다 특정종목 매매를 맡겨 매매종목과 수량이 알려질 경우 發說處를 알수있도록 했고,외부에 알려지면 1년간 거래를 끊는 다고 목줄을 죄었다.참으로 교묘한 신종 밀실행정이다.
치밀한「주가 작전」이 벌어지던 그시간 姜永周재무부증권보험국장은『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려한다.證安기금도 기관이다.자기판단으로 할일이다』라며 철저히 오리발을 내밀었다.그렇지만 기자들의 취재접근에 견디다못한 李俊相證安기금운용위원장 의 실토로 재무부의 관심은 지수관리며 앞으로도 지수가 오르면 영향력이 큰대형우량주를 집중적으로 내다팔 것이란 점이 확인됐다.「1천포인트 불가방침」으로 빚어지는 부작용은 심각했다.단번에 대형우량주가 곤두박질치고 저가 금융주가 생겨나 는 시장왜곡이 나타났다.
집중폭격을 당하는 고가우량주를 쥐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게도 재산권을 침해당해야 했다.
금융거래 비밀보장을 명분으로 證安기금의 매매동향을 유포치 못하도록 하면서도 投信社들로부터는 일일 주식매매동향을 보고토록 지시해 스스로 비밀보장 조항을 어기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投信社에 맡긴 돈에도 다 주인이 있다.
『주식매도를 늘리고 매입을 줄이라』며 투신사 고객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대형우량주로 지수를 관리하는 실탄은 2~3일치 밖에 안된다.그래도 안되면 지난 2월처럼 각종 규제책을 들고 나올 것이 불보듯 뻔하다.
도대체 주가 1천포인트시대를 용인할수 없다는 재무부의 논리적근거는 무엇인가.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만 할게 아니라 주식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논리도,설명도,설득력도 없는 정부개입은 證市정책이 아니라 지탄대상인 큰손들의 주가조작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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