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영문학사 최고 이야기 첨단 기술로 빚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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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앤절리나 졸리의 얼굴에 150여 개의 센서를 붙여 동작을 캡처해 디지털 영상을 만드는 모습.

 ‘베오울프’는 8세기 영국의 대영웅 서사시다. 영문으로 기록된 최초의 작품이자 영문학에서도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꼽힌다. 방대하고 까다로운 문장으로 전세계 영문학도를 괴롭혀 왔으며,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물에도 큰 영향을 끼친 고전이다. 절대 악과 맞서 싸우는 태초의 영웅, 절대 악을 잉태한 물의 마녀 등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저수지의 개들’의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한 영화 극본은 원작의 토대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했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폴라 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영상의 신기술에 도전해 온 이다. ‘인류 최고(最古)의 이야기가 최고(最高)의 기술을 만났다’는 카피를 내걸고 있다. 앤절리나 졸리·앤서니 홉킨스·레이 윈스턴·크리스핀 글로버 등 배우진도 화려하다.

 영화는 배우들의 얼굴에 150여 개의 센서를 붙여 동작을 캡처한 후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반지의 제왕’ ‘폴라 익스프레스’ 등에서 선보인 모션·퍼포먼스 캡처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배우들은 전부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했고, 100% 컴퓨터 그래픽 화면과 합성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며 실제 배우를 대체하는 디지털 캐릭터의 집단 출연으로 미래 영화의 방향을 점치게도 한다.

 ‘무한 제작비’를 선언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제작 중) 등과 함께 세계적 시선이 쏠린 영상기술 프로젝트다. 과연 1000년 역사의 고대 전설과 최첨단 기술이 어떻게 결합했을지 화제다. 영상화가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반지의 제왕’이 이룬 기술적·영화적 도약을 이뤄낼지, 아니면 게임 같은 화면으로 최첨단 기술의 향연에 그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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