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교수의비즈니스협상학] 희망 연봉 성급히 밝히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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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샐러리맨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연봉 협상이다. 연봉 협상은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이직할 때도 하게 된다. 미국에선 대개 현재보다 15% 정도 더 받으면 직장을 옮기지만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에선 20% 이상은 더 받아야 옮긴다고 한다.

면접 때 인사담당자가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얼마를 받길 원하나요”다. 절대 이 질문에 성급히 대답해선 안 된다. 인사담당자는 면접에서 상대의 능력을 파악한 다음 ‘얼마를 받고 싶어 하는지’ 알아 보고 채용 여부를 결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기에 말려들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아직 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연봉을 달라고 배짱 있게 협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용이 확정된 뒤 연봉 이야기를 꺼내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연봉이 얼마인가요”라는 질문 또한 성큼 대답해 버리면 발목을 잡히게 된다. 예를 들어 새 회사가 1억원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는 인재라고 생각했다고 하자. 그런데 “지금 6000만원 받고 있다”고 말해 버리면 인사담당자는 분명 “현재 연봉보다 30% 많은 78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할 것이다. 현재 연봉 수준을 물어올 땐 꺼꾸로 ‘얼마를 줄 수 있느냐’고 되받아쳐야 한다.

대부분 샐러리맨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면접 때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금물이다. 반드시 새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알고 난 뒤 그 니즈(needs)에 맞춰 자신을 홍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면접 때 인사담당자에게 질문을 많이 하라고 권한다. 새로운 사업계획, 자신이 맡을 일 등을 자세히 물어 봐야 상대의 니즈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 자신과 비슷한 경력자들이 동일 업종에서 얼마를 받고 있는지 객관적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연봉엔 기본급뿐만 아니라 보너스와 각종 후생 혜택도 포함된다. 보너스 지급 여부와 의료보험, 교육비 보조 등 각종 후생 혜택까지 미리 챙겨야 한다. 미국에선 해외출장 때 타는 비행기 좌석등급까지도 협상한다고 한다. 인사담당자는 ‘자질구레한 것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정하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경제적 보상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해도 연봉 협상 때 결정해야 한다. 일단 출근하면 각종 수당이나 후생 혜택을 개별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안세영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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