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900원짜리 보고서 베낀 수천만원 해외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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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출장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수천만원을 들여 유럽 연수를 다녀온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 인터넷에서 900원에 파는 대학생 리포트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단다. 경찰 공무원 2명은 또 이집트와 그리스·터키의 경찰 예산 제도가 뭐 그리 궁금했는지 출장을 다녀와서는 1200원짜리 인터넷 리포트와 똑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관계자들을 만나기 어려운 연말연초에 일반인들과 패키지 여행을 했다니 각국 경찰 예산담당관을 만난다는 출장 계획서는 애초부터 허위였음을 부인키 어렵다.

 이런 행태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행자부와 경찰청에서 입수한 보고서에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게 분명하다. 9월 현재 예산 규모 상위 30개 기관의 직원 연수와 해외 출장에 들어간 돈은 501억원이나 되지만 그중 구체적 목적이 정해지지 않아 관광성 외유로 의심받을 만한 출장이 절반을 넘는다는 게 감사원의 발표다.

 국민의 세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니 이런 짓거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연수·출장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다잡아 ‘놀자판’ 연수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